‘아빠의 청춘’ 60년대 국민가수 오기택 별세…전재산 기부

가수 오기택/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 뉴스1

1960년대를 풍미한 원로가수 오기택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오기택은 23일 오후 4시38분께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남 해남 출신인 고인은 고등학교 때 상경해 성동공고 기계과를 졸업하고 당시 가수들의 등용문인 동화예술학원에 입학했다. 동화예술학원에 다니던 1961년 12월 제1회 KBS 직장인 콩쿠르에 참가해 ‘비극에 운다’로 1등을 차지했다. 1962년에 음반사 신세기의 전속가수로 계약을 맺고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63년 ‘영등포의 밤’을 발표해 큰 인기를 얻었다. 산업 현장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당시 서민의 꿈과 애환이 담긴 이 노래는 1966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인기를 얻기 시작한 1963년 고인은 해병대에 입대했고, 제대 후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며 ‘아빠의 청춘’ ‘고향 무정’ ‘남산 블루스’ ‘충청도 아줌마’ ‘비 내리는 판문점’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1960년대 국민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고인은 1979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직을 맡아 가수들의 친목과 권익에 앞장서기도 했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골프선수로도 활약했던 고인은 1982년부터 3년간 전국체전에 전남 대표로 출전해 단체 금메달과 개인 1위 등 3관왕을 차지했다.

1996년 혼자 바다낚시를 갔다가 섬에서 빈혈 증세로 쓰러져 마비현상을 겪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다음날 낚시꾼들의 배에 의해 구조돼 생명을 건졌으나, 재활훈련을 이어왔다.

2018년 고향 해남에 세워진 ‘고향무정’ 노래비 제막식에서 故오기택(왼쪽)/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제공 © 뉴스1

고인의 이름을 딴 ‘오기택 전국 가요제’는 2007년부터 매년 10월 고향인 해남에서 개최되고 있다. 고향을 사랑하고, 고향을 빛낸 오기택을 기려 해남군에서는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다. 박 평론가는 “고인은 2018년도엔 ‘오기택 가요제’를 찾아, 2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해 대표곡인 ‘고향무정’ ‘아빠의 청춘’을 불러 감동적인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평론가는 “오기택 선생님은 목소리가 중후해서 어떤 노래를 불러도 와 닿게 부르는 분이었다”라며 “평생 미혼으로 지내신 고인은 생전에 남긴 전 재산의 절반을 ‘오기택 전국 가요제’를 매년 개최하는 해남군 측에, 나머지 반은 고향 후배들을 위해 전남 해남고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빈소는 코로나19로 인해 오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며, 장례식은 (사)한국연예예술인총연협회 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28일 오전이며, 장지는 고향 선산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