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도중 무대 위에 난입해 동료를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 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54)가 폭행 피해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에게 공개 사과했다.
스미스는 28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록을 향해 “공개적으로 네게 사과한다. 난 선을 넘었고, 내가 틀렸다. 어제 내 행동은 내가 되고 싶던 남자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난 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아카데미 측과 팬, 그리고 스미스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영화 ‘킹 리차드’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내 행동이 우리 모두를 위한 화려한 여정을 더럽혔다”며 “깊이 후회한다”고 했다.
다만 스미스는 아내 제이다 핑킷 스미스의 건강에 대한 농담은 참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내 행동은 용납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농담을 받아들이는 것도 내 일의 일부”라면서도 “제이다의 건강 상태에 대한 농담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일이어서 감정적으로 반응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평소 심한 농담을 하기로 유명한 록이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외모에 관한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록이 삭발 형태인 스미스 아내의 헤어 스타일을 언급하며 “‘지. 아이. 제인2’의 주인공을 맡아야 할 것 같다”고 놀리자 스미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가 록의 뺨을 때린 것이다. 스미스의 아내는 질병 문제로 탈모증이 오면서 머리를 민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에 나온 영화 ‘지. 아이. 제인’은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로 무어의 삭발로 화제가 됐었다.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자 당황한 록은 “스미스가 무대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고, 이내 스미스는 록의 뺨을 쳤다. 자리로 돌아간 스미스는 록을 향해 반복해서 욕을 하며 “내 아내를 입에 올리지 말라(Keep my wife’s name out of your fucking mouth)”고 했다. 록은 서둘러 시상을 마무리하고 “내 생애 잊지 못할 시상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시상식 후반부에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이번 사건에 사과했지만, 록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오히려 “가족을 맹렬히 지키는 역할에 푹 빠져 있다 보니 이런 일을 벌인 것 같다”고 변명을 해 빈축을 샀다. 그는 영화 ‘킹 리차드’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족을 지켜내려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또 시상식 이후 열린 애프터 파티에 참석해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들고 가족들과 함께 춤을 추고 동료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동료 영화인들도 “역사상 가장 추한 모습”이라고 스미스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카데미(AMPAS)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식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AMPAS는 “아카데미는 어제 행사에서 스미스가 보여준 행동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내규와 행동 규범,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앞서 폭행을 당한 록 측은 스미스를 LA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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