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새 영화가 겨우 1편…영화계 무슨 일이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30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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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딱 1편이다. 올해 추석 연휴를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는 ‘공조2:인터내셔날’ 1편 뿐이다. 심지어 이렇다 할 외국영화도 하나 없다. 추석은 여름방학과 직장인 휴가철이 겹치는 7말 8초, 겨울방학과 설 연휴, 크리스마스 시즌이 몰린 연말연초와 함께 극장가 성수기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 추석 연휴엔 관객의 눈길을 끌 만한 새 영화가 1편 밖에 없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추석 연휴가 되면 한국영화 2편 정도는 새로 나왔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사태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명절인데도 신작이 나오지 않는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영화계가 갑자기 입을 다문 듯하다”고 했다.

영화계의 이런 소극적 움직임은 여름방학 시즌에 보인 양상과 비교하면 더 극적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외계+인 1부’ ‘한산: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 한국영화 대작 4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었다. 흥행 여부를 떠나 감독 면면이나 출연 배우 라인업을 보면 마치 코로나 사태 전 한국영화 전성기를 보는 듯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추석이 되자 상황이 180도 변해버린 것이다. 영화계의 이런 돌변을 업계는 3가지 정도로 분석한다. ①올해 추석 연휴는 9월 초라서 여름방학 시즌과 사실상 연결돼 있다는 것 ②추석 연휴가 토·일요일 포함 나흘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세 번째다. ③여름방학 흥행 실패를 맛본 영화계가 배급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비수기에 추석 연휴가

①은 극장가 비수기와 추석 연휴가 겹쳤다는 말로 이해해볼 수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9월9~12일이다. 8월 마지막 날에서 일주일 가량 떨어져 있다. 영화계에는 전통적인 비수기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여름방학 시즌과 추석 연휴가 있는 9월 말 10월 초 사이 약 한 달 반 가량이다. 그간 관객은 여름에 나오는 각종 영화를 몰아서 봤다가 잠시 숨을 고른 뒤 추석 때가 돼서야 극장을 다시 찾아 지갑을 여는 게 소비 패턴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 연휴가 일찍 돌아오면서 관객이 쉬어가야 할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추석 연휴와 극장가 비수기가 일치된 것이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원래도 비수기인데다가 티켓 가격까지 올랐기 때문에 아무리 추석 연휴라고 해도 극장에 올 관객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최단 추석 연휴

게다가 추석 연휴도 짧다. 길 때는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게 추석 연휴이지만, 올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해 나흘 밖에 되지 않는다. 조금 긴 주말을 보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휴가 짧으면 시장 규모 역시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추석 연휴를 겨냥한 큰 규모의 영화를 내보내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영화계에는 코로나 사태 후유증이 이제 막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보다 전체 관객수가 크게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가 되면 으레 새 영화를 선보이던 시절처럼 배급을 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 공통된 생각이다. 국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꼭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연휴가 너무 짧다”며 “이렇게 명절 연휴가 짧을 때는 배급하는 영화가 줄어드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에 배급 전략 다시 짜기


업계는 올해 추석에 새 영화가 개봉하지 않는 이유로 앞당겨진 연휴 시기와 짧아진 연휴 기간을 꼽으면서도 결국 배급 전략 재정비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여름방학 시즌에 개봉한 대작 한국영화 4편 중 흥행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한산:용의 출현’ 한 편에 불과할 정도로 관객수가 급감하자 국내 대형 배급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배급 전략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이번 추석 연휴는 쉬어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여름에 나온 한국영화 4편 중 ‘외계+인 1부’(153만명) ‘비상선언’(204만명)은 손익분기점에 한참 모자른 성적을 냈다. ‘헌트’(372만명)는 겨우 손익분기점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산:용의 출현’은 700만 관객을 넘기긴 했으나 제작비가 워낙 커 큰 성공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름만 되면 당연히 1000만 영화가 나오고 아무리 흥행이 안 됐다고 해도 손익분기점 달성이 어렵지 않던 시절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영화계 중론이다.

영화계가 ‘여름 쇼크’로 표현할 정도로 올해 여름 성수기 흥행 성적이 충격적인 건 이들 영화를 만든 사람이 최동훈·김한민·한재림 등 국내 대표 흥행감독이라는 점이다. 출연 배우들은 송강호·이병헌·전도연·이정재·정우성·김태리·류준열·박해일·김남길·김우빈 등 한국영화 슈퍼스타였다. 업계에선 이런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데도 관객이 줄었다면, 영화계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됐다고 봐야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건 영화를 만드는 방식 뿐만 아니라 영화를 배급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영화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와 티켓 가격 상승, OTT의 득세, 관객의 감소 등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것들이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느낌”이라며 “상황이 변한만큼 배급 전략도 달라져야 하고, 업계가 이런 고민들을 하느라 추석 연휴엔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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