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픽사’ 표 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14일 극장에 걸린다. 2015년 ‘인사이드 아웃’을 통해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각각 하나의 캐릭터로 형상화해 눈길을 끌었던 할리우드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물, 불, 공기, 흙 4원소를 의인화한 이번 영화를 통해 어떤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이끌어낼지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의 픽사를 있게 한 픽사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전 세계 최초의 풀 CG 애니메이션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지난해 개봉한 ‘버즈 라이트이어’까지 지금까지 27편의 장편 애니메이션 등으로 어린이 어른 할 것 없이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온 픽사. 그런 픽사 애니메이션의 몇 가지 특징을 꼽아봤다.
○픽사 애니메이션에는 없는 것
현재 픽사는 할리우드의 ‘공룡’ 스튜디오인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자회사이지만 엄연히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별개의 작품을 내놓는 별개의 스튜디오다. 따라서 디즈니 스튜디오가 내놓은 애니메이션들과는 색깔도 매력도 전혀 다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뮤지컬 시퀀스다. 디즈니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시작으로 디즈니의 거의 모든 애니메이션은 뮤지컬 장르를 기반으로 한다. 애니메이션의 다소 단순한 스토리를 아름다운 노래들로 채우려 했던 것이 최초의 의도다. ‘인어공주’의 ‘언더 더 씨’(Under the sea), ‘라이온킹’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알라딘’의 ‘더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겨울왕국’의 ‘렛 잇 고’(Let it go) 등이 여러 명곡 등이 이를 통해 탄생했다.
하지만 픽사는 애니메이션은 곧 뮤지컬 장르여야 한다는 공식을 파괴했다. 픽사는 뮤지컬 시퀀스 없이 이야기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확신했고, 이에 자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틴 토이’를 기반으로 1995년에 내놓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도 뮤지컬이 아닌 드라마 장르로 택했다. 당시 배급을 맡은 디즈니가 뮤지컬 장면을 넣을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픽사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고 결국 영화에는 뮤지컬 시퀀스 대신 주제가인 ‘유 갓어 프렌드 인 미’(You’ve got a friend in me)만 삽입됐다.
마침내 개봉한 ‘토이 스토리’는 뮤지컬 시퀀스의 부재로 인해 여러 우려와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보란 듯이 성공해 그해 북미 흥행 1위를 차지했으며 평론가의 극찬까지 이끌며 그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별공헌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픽사는 뮤지컬이 아닌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며 뮤지컬 장르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서 내놨다. 뮤지션과 음악이 주요 소재로 삼아 2018년 내놓은 ‘코코’가 픽사의 첫 뮤지컬 애니메이션이었다.
○단편 애니 선 상영, 픽사의 오래된 전통
본 장편 애니메이션 상영에 앞서 먼저 상영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픽사의 영화를 극장에서 꼭 관람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10분 이내의 짧은 분량이지만 단편 애니메이션도 엄연한 영화. 따라서 한 번의 두 편의 영화를 관람하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때로는 본 애니메이션 보다 단편이 더 큰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이 같은 전통의 픽사의 두 번째 장편 영화 1998년 ‘벅스 라이프’부터 시작했다. ‘벅스 라이프’ 상영에 앞서 공연에서 일인다역을 맡아 체스를 두는 노인 게리의 모습을 담은 4분 30초 분량의 ‘게리의 게임’을 선보였고 이 작품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노인 게리는 다음 해에 개봉한 ‘토이 스토리2’에서 주인공인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의 팔을 고쳐주는 수리공으로 재등장했다.
신작 ‘엘리멘탈’에 앞서 단편 신작인 ‘칼의 데이트’가 먼저 상영된다. 특히 ‘칼의 데이트’는 전 세계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아낸 ‘인생 애니’로 꼽히는 2009년 ‘업’에서 수천 개의 풍선을 집에 달고 평생 꿈꿔왔던 위대한 모험을 펼친 주인공 칼 할아버지의 새로운 이야기가 담길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기대를 더한다. 칼 할아버지의 든든한 동반자인 반려견 더그도 함께 한다.
○이스터 에그를 찾아라!
픽사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이스터 에그’ 찾기다. 이스터 에그란 영화, 컴퓨터 게임 등에 숨겨놓은 재미 요소를 일컫는 말로 픽사는 모든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이스터 에그를 숨겨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픽사 팬들은 새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이스터 에그를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대표적인 이스터 에그는 다음 개봉할 작품에 대한 힌트다. 2001년 ‘몬스터 주식회사’에는 꼬마 ‘부’가 2003년 개봉한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니모 인형이 가지고 노는 장면이 등장하며 ‘니모를 찾아서’에는 다음 해 개봉한 ‘인크레더블’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만화책을 읽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07년 ‘라따뚜이’에는 2년 뒤 공개된 ‘업’의 주요 캐릭터인 강아지 더그가 스쳐지나갔으며 ‘업’에서는 다음 해 개봉한 ‘토이 스토리3’의 빌런 핑크색 곰돌이 인형 랏소가 나온다. 지난해 ‘버즈 라이터 이어’에는 ‘엘리멘탈’의 주인공 중 하나인 물의 정령 ‘웨이드’가 그려진 물병이 등장했다.
거의 모든 장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스터 에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A113’라는 글귀다. 이는 월트 디즈니가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세운 예술학교인 칼아츠의 캐릭터 애니메이션과의 1학년의 강의실 번호로 디즈니, 픽사 등에 소속된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이 이 교실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귀는 여러 작품에서 차 번호판, 열차번호, 구역 번호, 비행기 편명, 벽화, 스티커 등에 등장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오프닝에 항상 등장하는 꼬마 램프 ‘룩소 주니어’가 가지고 노는 빨간 별이 그려진 노란 장난감 공도 모든 작품의 여기저기에 숨겨져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피자가게 ‘피자 플래닛’의 배달 트럭도 모든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공룡이 사는 시대를 배경으로 ‘굿 다이노’에서는 트럭 모양의 돌이 등장했고 ‘인사이드 아웃’에는 기억의 구슬 안에 갇힌 채로 나와 이스터 에그를 찾는 팬들의 도전 욕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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