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슈가 재기·어거스트 디 결기…아미 삶 체조서 또 구조

  • 뉴시스
  • 입력 2023년 6월 25일 22시 41분


24~25일 잠실실내체육관서 마무리한 '슈가 |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랩 리뷰
8월 4~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서 앙코르

본명은 민윤기. K팝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의 재기(才器). 슈가의 부캐가 아닌 화가 많고 의미심장한 솔로곡을 쏟아내는 또 다른 자아 어거스트 디(Agust D)의 결기.

오늘은 ‘디-데이’. 삼십도가 넘는 펄펄 끓는 25일 오후. 잠실종합운동장은 젊은 피가 팔팔. 보조경기장은 워터밤. 잠실실내체육관은 아미밤. 주경기장 채웠던 아미밤, 실내체육관은 좁네.

그래서 더 열기는 최대. 미니멀한 시적인 무대. 여러 테이블로 조합한 스테이지. 오선지처럼 늘어진 와이어타고 음표처럼 위로 날아가네. 이건 본 공연 마지막 무대 ‘아미그달라(AMYGDALA)’를 위한 포석. 섬처럼 남은 그 무대는 “기억조차 안 나는 기억”을 위한 관억(寬抑·격한 감정이나 분노를 너그럽게 억제함). 안무 없는 라이브 밴드의 군무. 아이돌 넘어 래퍼 겸 프로듀서로 디딤돌.

‘해금’은 무대의 잠금 해제 신호탄. 아미의 환호성은 어거스트 디의 방탄. 슈가가 뮤즈에게 바치는 세금은 방금. 현타 위가 없는 현상 위만 보던 ‘대취타’. ‘A to the G to the U to the STD’, 대구 힙합크루 ‘디 타운(D Town)’의 ‘글로스(Gloss)’. 그 글로스는 ‘DT 슈가(Suga)’의 어거스트 디. 슈가는 설탕(Sugar)이 아닌 농구 포지션 ‘슈팅 가드(Shooting Guard)’.
헤이 요(Hey ho) 너넨 나 감당 안 돼. XX하는 다수의 래퍼들 슈가가 아이돌이란 것에 감사하길. 딱 너처럼 놀고 나불대는 게 비법. 죽어도 그렇겐 안 살 것 같어 ‘기 기브 잇 투 미(Gi give it to me). 돈, 명예 뭐든 좋으니까 가져와.

방탄소년단 ’트리비아 전 : 시소(Trivia 轉 : Seesaw)‘, 직접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방탄소년단 멤버들 사인이 새겨진 칸타타. 오늘만큼 슈가는 객석에서 응원한 지민·뷔·정국의 스타. 그들은 슈가의 형제.

당신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대일까 아니면 미화된 기억 저편의 그때일까, ’SDL‘. ’사람‘들은 변하지 나도 변했듯이, 세상살이 영원한 건 없어. 내가 보기에는 외로움들과의 싸움이네. 눈물이 터져 나오면 그대 울어도 돼. 당신은 사랑받기에도 이미 충분한데. ’사람 pt.2‘ 아이유 파트는 아미. 안무는 제이홉. 우렁찬 19금 욕 XX로 시작하는 ’저달‘. 불을 붙여버린 ’번 잇(Burn it)‘.
이제 본격적인 대형 힙합 클럽 변모. ’인터루드 : 섀도‘로 출발해 ’BTS 사이퍼 PT.3 : 킬러‘를 거쳐 ’허(HUH)?!‘로 이어지는 광란의 샤우팅 면모. 방탄소년단 멤버들 없어 혼자 공연하니 기분 쓸쓸. 멤버들 다시 응원에 쏠쏠. 아미는 노래 술술. “오늘 아미 찢었다!”

건반 앞에 앉아 홀로 방탄소년단의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분위기는 안온. 삶은 그럼에도 흘러가는데 슈가의 꿈을 돌아보네. 그의 꿈 중 하나는 전 세계 악기 연주자들을 섭외해서 녹음하는 것. 그건 일본 거장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의 “세상엔 소리로 가득 차 있다”에 대한 헌사.

디즈니 플러스(+) 다큐멘터리 ’슈가: 로드 투 디-데이(SUGA: Road to D-DAY)‘ 중 사카모토 등장 장면. 사카모토가 슈가를 위해 연주하는 모습.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극야‘는 그로테스크한 에너지의 폭발. ’아미그달라‘는 본공연 마지막곡. 동기, 감정, 공포, 불안에 대한 학습·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 아몬드 모양의 뇌 구조. 트라우마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에 대한 구원.

앙코르는 ’디-데이‘, ’인트로 : 네버 마인드(INTRO : Never Mind)‘ ’마지막(The Last)‘. 하지만 ’공연하는 사람‘ 슈가의 콘서트는 마지막이 아니네. 8월 4~6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돔·옛 체조경기장). 지난 4월 시작해 이날 끝낸 ’디-데이‘ 투어는 29만1000명밖에 못 봤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는 체조로 갑니다.” 그렇게 슈가는 아미 삶 또 구조.

이 랩 형식의 리뷰는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응답하라, 에미넴! 나는 지금 예민해‘ 헌정 기사. 미국 힙합 스타 에미넘(에미넴)의 또 다른 자아 ’슬림 셰이디‘, 슈가와 어거스트 디의 관계를 만드는 데 보조.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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