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서 K팝 걸그룹 최초 성적
해외시장 겨냥곡으로 K팝 베이스 캠프서 성과
4세대 K팝 간판 걸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첫 영어 디지털 싱글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로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정상을 밟았다.
K팝 걸그룹이 영어 곡으로 이 차트 1위에 오른 건 르세라핌이 최초라 그 의미가 조명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0일 0시 멜론의 실시간 차트인 ‘톱 100’에서 1위를 차지한 ‘퍼펙트 나이트’는 지난달 28일 98위로 해당 차트에 진입한 이후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22일 만에 정상을 밟은 것이다. 21일 0시 기준에도 ‘톱 100’ 1위를 지켰다.
가사가 전부 영어로만 이뤄진 K팝 걸그룹의 노래가 국내 음원 시장 최대 점유율(약 28~30%)을 자랑하는 멜론에서 정상을 차지한 의미는 톺아볼 만한 일이다.
남녀 그룹 그리고 솔로를 통틀어 놓고 봐도 영어 노래로 멜론 1위를 기록한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BTS)뿐이다. 글로벌 메가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로 이 같은 성적을 거뒀다. 이 팀 멤버인 팝스타 정국의 솔로곡 ‘세븐’도 해당 차트 1위를 찍었다.
K팝 그룹이 완전한 영어곡을 발표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을 확실히 겨냥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빌보드·영국 오피셜 차트 등 각종 해외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국의 첫 솔로 앨범 ‘골든’이 영어곡 11곡을 무장한 것이 보기다.
문제는 이런 곡의 경우 K팝의 베이스 캠프인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 전달에 한계가 있고 곡 관련 활동도 해외 중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르세라핌이 쟁쟁한 팀들이 잇따라 신곡을 내는 가운데도 멜론 톱100 1위를 찍었다. K팝 간판 걸그룹인 ‘블랙핑크’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영어 솔로곡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2021)가 다른 음원 플랫폼인 벅스, 지니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멜론 1위는 차지하지 못했다. 멜론은 지난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국내 음악 애플리케이션의 대명사로 통한다. 글로벌 시장을 평정한 스포티파이도 국내에선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세라핌 영어곡 ‘퍼펙트 나이트’의 멜론 1위는 해외 팬들을 공략하면서도 K팝의 거점인 한국시장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진입 직전 25개 곡의 순위를 매긴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100’(11월 18일 자)에서 19위를 차지해 추후 ‘핫100’ 진입 가능성도 있다. 주류 팝 시장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후 국내 차트에서 더 인기몰이를 하는 모양새다.
또 르세라핌 ‘퍼펙트 나이트’의 현재 인기를 최근 주목 받고 있는 ‘K팝 방법론’의 확장 가능성으로 수렴하는 이들도 있다.
위상이 높아진 K팝은 이제 지리적 의미를 담은 정의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는 중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미국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와 ‘MTV 유럽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 등에서 K팝 관련 개별 수상 장르 부문이 생겼다.
동시에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선 방탄소년단을 제외하곤 수상 후보를 한 팀도 배출하지 못해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고민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이가 르세라핌 소속사 쏘스뮤직을 산하 레이블로 둔 하이브(HYBE)의 방시혁 의장이다. 그는 관훈포럼 및 최근 인터뷰 등에서 “K팝에서 K를 떼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넓은 시장에서 더 넓은 소비자층과 만나기 위한 노력이 K팝 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며 K팝 코어 팬덤 이외에도 다양한 라이트 팬덤을 갖춰야 K팝의 지속 가능성을 보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르세라핌의 영어곡 ‘퍼펙트 나이트’가 국내외 주요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는 점이 방 의장의 혜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실제 하이브는 글로벌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프로젝트로 ‘K팝 확장’을 실천하고 있다. 하이브는 ▲K팝 제작 시스템 자체를 해외에서 뿌리내려 본토 팝 시장을 공략하며 저변을 넓히는 것 ▲한국에서 만들어진 K팝이 세계화 되는 것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의 게펜 레코드가 함께 진행한 걸그룹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로 신인 글로벌 걸그룹 ‘캣츠 아이’를 탄생시켰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몸집을 불리면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존재감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미국 연예 기획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엔 라틴 콘텐츠 시장의 강자인 엑자일 콘텐트 산하 레이블 엑자일 뮤직을 인수한 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를 출범했다. 특히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는 중장기적으로 K팝의 검증된 사업적 방법론을 라틴 장르에 접목하는 시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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