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춘화 “故 이주일, 이리역 폭발로 두개골 함몰…마취없이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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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7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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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하춘화가 고(故) 코미디언 이주일(1940~2002) 선생을 떠올렸다.

17일 방송된 KBS 1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배우 박원숙은 1977년 11월11일 발생한 이리역(현재의 전북 익산) 폭발 사고를 언급했다.

박원숙은 “익산 지나가면서 하춘화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하춘화는 이리역 사고를 “무려 46년 전의 일”이라고 떠올렸다. 이리역 폭발 사고는 1400여명의 사상자와 780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하춘화는 “죽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잊을 수 없다”며 당시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하춘화는 “나중에 알았는데, 다이너마이트를 운반하는 과정이었더라. 운반하는 어떤 분이 담배를 피웠는데 담뱃불이 옮겨붙었다”‘며 “우리는 그걸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저는 당시에 이리역 인근 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속 사회자는 고(故) 이주일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보통 오후9시쯤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폭발 사고가 9시15분쯤에 났다. 평소처럼 오프닝 공연을 마치고 약간 쌀쌀해서 난로를 쬐고 있는데 사고가 벌어졌다. 난로가 엎어졌으면 다 어떻게 됐을 것이다. 전기가 끊기면서 깜깜해졌다. 폭파되면서 흙 속에 나를 집어넣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고의 규모는 전쟁 난 줄 알았을 정도였다고. 세상이 온통 암흑이었을 때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이주일이다. 하춘화는 “죽음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 어둠 속에서 이주일이 날 찾아냈다”며 “담을 넘어야 했는데 제가 드레스를 입었고, 내려가질 못하겠더라. 그런데 지붕이 꺼지면서 딛고 올라갈 수 있게 나뭇가지가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주일이 먼저 담을 올라가 뛰어내렸다. 내가 못 내려가겠다고 했떠니 이주일이 자기 머리를 밟고 내려오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주일이 사고 당시에 머리를 다쳤다. 폭파 사고로 내려앉은 극장 지붕에 두개골이 함몰이 됐었다. 나는 이주일이 다친 줄도 모르고 그 머리를 딛고 내려갔다. 이주일이 나를 업고 뛰는데 머리를 다쳐서 그랬는지 가다가 계속 넘어지기를 반복했다”고 덧붙였다.

하춘화는 “이주일은 긴급 수술 대상이었다. 환경이 열악해서 마취 없이 뇌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 이주일이 막 울더라. 마취도 안 시켜서 망치로 땅, 땅 때리는 소리가 났다고 했다. 나와서 우는데, 정말 비참해서 못 보겠더라. 나는 어깨뼈 골절로 상반신 깁스를 했다. 긴급 처치만 받고 서울 병원으로 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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