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로 돌아온 공유
“대중 즉각적인 반응 좇아 연기하지 않아”
“비즈니스맨 아닌 배우…마음 터치 중요”
“나에 대한 판타지 알지만 이미지일 뿐”
“전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배우입니다.”
배우 공유(45)는 “특정 장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어떤 이야기인지가 중요하고, 그 이야기의 방향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중의 즉각적인 반응을 좇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흔히 우린 공유를 드라마 ‘도깨비’(2016)의 ‘김신’으로 기억한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팬은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최한결’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 로맨스물들이 만들어낸 환상은 공유를 흔히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로 만들어 놨다. 만약 공유가 지난 20여년 간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자신을 “비즈니스맨이 아니라 배우”라고 규정하는 말은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미지를 먹고 사는 연예인 혹은 배우가 “대중의 즉각적 반응을 좇지 않”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공유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면 그 말이 이상할 게 없다는 걸 눈치채게 된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종종 튀는 선택이 있다. 2009년 제대 후 그가 선택한 영화는 ‘도가니’(2011)였다.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작품이었으나 공유 같은 스타가 선택할 이유가 없는 영화였다. ‘도깨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직후 그가 고른 영화는 ‘82년생 김지영’(2019)이었다. 어떤 논란이든 휘말리지 않는 게 상책으로 여겨지는 연예계에서 부러 이 말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행보다.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인가봐요. 개인적인 욕심이기도 하고, 거기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뭔가 제 안에 터치가 일어나야 해요. 제가 호기심이 생겨야 할 수 있어요. ‘남과 여’는 처참한 결과를 냈지만, 제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어릴 때 제가 생각한 배우라는 업의 그림에 조금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제 작품 목록을 채워가고 싶어요.”
지난달 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도 그래서 선택했다. 어둡고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이야기. 우울한 캐릭터. 하지만 그게 공유의 마음을 건드렸다. 세계를 보는 이 작품의 시각이 공유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비슷했고, 다루고 있는 소재가 공유의 관심사에 가까웠다. “전 세계를 디스포티아적인 관점으로 봐요. 그래서 그런 작품에 마음이 가요. ‘고요의 바다’도 그래서 했던 겁니다. 저는 요새 결혼과 아이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트렁크’가 그런 점에서 저와 맞닿아 있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공유는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 배우 공유와 인간 공지철(본명) 사이의 간극을 최대한 줄여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유는 자신을 “정말 하찮은 사람일 뿐”이라고 표현하며 많은 이들이 이상형으로 꼽는 바로 그 이미지를 내던지려는 것 같았다. “저에 대한 판타지가 있으실 겁니다. 저는 저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두렵지 않습니다. ‘핑계고’ 보세요. 전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 저 되게 하찮아요. 물론 제가 다치는 일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그냥 이렇게 살 것 같아요.”
배우 생활 23년. 그는 아무리 경험이 쌓이고 굳은살이 생기면서 단단해져도 상처 받는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다고 했다. “그게 삶이죠.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는 너무 상투적인 답변이지만 내 선택을 알아봐주는 팬이 있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 팬이 많건 적건 그런 분이 있다면, 계속 연기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제 숨통을 트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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