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수험생과 부모의 마지막 소통 기회
휴일 아침, 고3 아들은 오전 9시가 다 되어 가는 데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 모의고사를 그렇게 망쳐놓고도 전혀 긴장감이 없다. 엄마는 참다못해 아이 방문을 거칠게 열면서 한 소리 한다. “너 도대체 대학 갈 생각은 있는 거니? 그 성적을 받고도 잠이 와? 지금 촌음을 아…
-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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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고3 아들은 오전 9시가 다 되어 가는 데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난 모의고사를 그렇게 망쳐놓고도 전혀 긴장감이 없다. 엄마는 참다못해 아이 방문을 거칠게 열면서 한 소리 한다. “너 도대체 대학 갈 생각은 있는 거니? 그 성적을 받고도 잠이 와? 지금 촌음을 아…
“민호야, 숙제부터 하고 놀아야지.” 학교 갔다 오자마자 가방은 던져두고 TV부터 켜는 아이에게 엄마가 말한다. “이거 30분만 보고 할게요.” 만날 이런 식이다. 일기 몇 줄 쓰는 것도, 문제집 몇 장 푸는 것도 정신만 집중하면 10분도 안 걸릴 일을, 미루고 미뤄서 오후 8시가 넘…
아이가 책장 앞에서 그림책을 꺼내 읽고 있다. 한 5분쯤 보더니 다시 다른 책을 꺼낸다. 2, 3분 보는 것 같더니 또 다른 책을 꺼낸다. 책장 앞에 펼쳐진 그림책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엄마는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 본 책은 정리하고 다른 책을 꺼내야지. 계속 읽다 말고 꺼내기만 하면…
#형택이(만 4세)는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사람을 미는 버릇이 있다. 엄마는 오늘도 키즈카페에 가기 전,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너 오늘은 절대로 친구 밀면 안 돼.” 아이는 알았다고 했다. 말로만 하는 것은 마음이 안 놓여 “약속해!”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도장을 찍고…
초등학교 1학년 재현이가 알림장을 또 적어 오지 않았다. 학기 초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번 말했음에도 실수가 계속 반복되자, 엄마는 좀 화가 났다. 아이를 앉혀 놓고 무섭게 말했다. “앞으로 딱 세 번만 봐 줄 거야. 세 번이 넘으면 ‘자’로 한 대씩 맞는 거야…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윤재와 아빠는 각각 한 손에 장난감 로봇을 들고 놀고 있다. 아빠의 로봇은 악당, 윤재의 로봇은 지구특공대. 윤재의 로봇이 아빠의 로봇을 공격하는 것 같더니, 아빠의 로봇 팔이 떨어져 나갔다. 아빠는 “각오해라”라며 윤재의 로봇을 온몸으로 부딪쳐 박살내버렸다. …
동생의 팔을 주먹으로 때린 아이, 엄마는 “너, 동생 때리지 말라고 했지? 어디 너도 한번 맞아 봐. 동생이 얼마나 아플지 느껴 봐” 하며 아이의 팔을 주먹으로 때렸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는 동생의 아픔을 공감했을까? 그리고 다시는 때리지 말아야겠다며 깊이 뉘우쳤을까? …
초등학교 2학년 은정이가 얼마 전 본 수학시험지를 받아왔다. 점수는 80점. 엄마는 시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매번 100점을 맞던 아이가 무려 5개나 틀린 것이다. 틀린 문제를 보니 어이가 없다. 갑자기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왔다. 은정 아빠에게 이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말했다. “…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를 씻기는데, 허벅지에 멍이 보였다. 덜컥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가 장난감 던져서 맞았어”라고 한다. ○○라면 지난번에도 우리 아이를 밀쳤던 아이다. 아니 우리 아이뿐 아니다. 유치원에서 ○○에게 피해를 봤다는 아이가 한둘이 아니다. ‘도대체 애를 어…
얼마 전 고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다니던 학원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다. 아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라이터를 보고 갑자기 불을 지르고 싶어졌다고 했다. 관련 기사의 말미에는 이 아이가 2년 전 ADHD 진단을 받았었다고 했다. ADHD는 ‘Attention Deficit, Hype…
아이가 소중한 인형을 유치원에 두고 왔다. 당장 유치원에 가서 인형을 찾아오자고 한다. 지금은 오후 9시. 유치원 문이 닫혀서 찾으러 갈 수 없다고 했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는 안쓰러운 마음에 열심히 달랬다. 그런데 30분을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
아이를 데려오면서 엄마가 묻는다. “오늘 어땠어? 재밌었어?” 아이는 터덜터덜 걸으며 대답한다. “아니, 재미없었어. 선생님이 내 말만 안 들어줘.” “정말?” “응. 손들어도 만날 나만 안 시켜줘.” 어린이집에 보낸 지 3주. 그렇지 않아도 잘 지내는지 불안하던 차에, 아이의 대답은…
여섯 살 남자아이와 엄마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내가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에게 “이제 엄마랑 원장님이랑 얘기를 좀 해야 해. ○○이는 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라고 하자 아이는 곧 엄마 쪽으로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마는 힐끔 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욱해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손이 올라갔다며 한 엄마가 울면서 말했다. “원장님, 저는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부모건 교사건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 엄마의 행동은 분명 잘못됐다. 그렇다고 ‘엄마 자격’이 없다고까지 생각하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