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팥죽 먹는 까닭은… 양기 보강해 면역력 올리기[이상곤의 실록한의학]〈156〉
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 우리는 왜, 언제부터 동지에 팥죽을 먹게 되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은 그 기원을 “전염병 예방”에서 찾는다. 세종 16년 실록에는 전염병의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베로 만든 자루에 붉은 팥 1되를 담아 우물 안에 넣었다가 3일 만에 꺼내 온 식구가…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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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 우리는 왜, 언제부터 동지에 팥죽을 먹게 되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은 그 기원을 “전염병 예방”에서 찾는다. 세종 16년 실록에는 전염병의 치료법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베로 만든 자루에 붉은 팥 1되를 담아 우물 안에 넣었다가 3일 만에 꺼내 온 식구가…
조선시대 ‘잡채(雜菜)’를 잘 만들어 훗날 우의정까지 올라간 인물이 있다. 광해군 시기 문신이었던 이충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다. 실록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집에 땅을 파서 넓은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채소를 길러 겨울에 구하기 힘든 신선한 재료로 잡채 등 요리를 만들어 광해군에게 바쳤다…
민화에 나오는 잉어 두 마리는 대부분 ‘소식’ ‘전갈’을 뜻한다. 중국 송나라 때 시선집인 고문진보에 나오는 시 구절에서 비롯된 상징적 표현이다. 황하를 거슬러 오르던 잉어가 용문에서 용이 된다는 ‘등용문 그림’도 유명하다. 잉어는 한여름 장맛비나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면 도랑을 따라…
“내가 전부터 물을 자주 마시는 병이 있고, 또 등 위에 부종(浮腫)을 앓는 병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4월 또 임질(淋疾)을 얻어 이미 열하루가 넘었는데도 몸이 노곤하다. 이 병을 앓은 사람들은 모두 ‘비록 나았다가도 다시 발작한다’고 했다.” 조선의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대왕 재위 …
조선 제18대 왕인 현종의 재위 기간(1659∼1674)은 예송논쟁으로 시작해 당쟁이 격화된 시기였다. 민생과는 아무 관계 없는 당파 간의 권력투쟁에 ‘경신 대기근’까지 일어나면서 재위 막바지까지 백성의 삶은 지옥 그 자체였다.끊임없는 당쟁과 훈구파의 견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현종…
뜨거운 복날에 삼계탕을 먹듯 여름 건강의 핵심은 속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조선 최장수 왕이었던 영조 재위 20년 영의정 유척기는 임금의 여름 건강을 염려하면서 “비가 내린 뒤 찌는 무더위가 심해졌는데 밤사이 성상의 체후는 어떠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영조는 “제호탕(醍醐湯)은…
모양도 맛도 바나나와 비슷한 한국산 열매가 있다. 으름 열매가 그 주인공. 조선의 폭군 연산군은 가을에 열리는 이 한국산 바나나의 맛에 중독됐다. 연산군 5년에는 직접 “포도와 목통(木通·으름덩굴)의 열매 등을 매해 채취해 대궐로 들이라”라고 전교를 내렸고, 재위 6년에는 승정원 승지…
호두는 과육의 주름이 뇌와 똑 닮았다고 해 기억력이나 인지능력 향상에 좋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말하는 호두의 효능은 전혀 다르다. 동의보감에는 “호두 속살이 쭈그러져 겹친 것이 폐의 형체와 비슷한데 이것은 폐를 수렴시키므로 숨이 가쁜 것을 치료한다”는 기록이 있…
조선 제23대 왕 순조는 10세에 왕위에 올라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했다. 순조는 증조모인 정순왕후의 섭정으로 주눅이 든 데다 처가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기를 펴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다. 순조 재위 13년의 승정원일기는 “임금이 웅주산과 인삼석창포차를 복용했다…
봄이 찾아오면서 잦은 코피로 고생하는 이가 많다. 코피는 대개 감기, 알레르기로 인해 코를 자주 풀거나, 코가 꽉 말라 건조한 상태에서 가려워 콧속을 긁거나, 재채기를 크게 하거나, 코딱지를 무리하게 파내려다가 흘리게 된다. 비염은 코피를 유발하는 가장 큰 적이다. 비염이 생기면 콧속…
10여 년 전 경북 경주에서 한 화가를 만났는데 75세의 나이에도 검고 풍성한 그의 모발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염색이나 이식을 했느냐”고 물으니 “그런 적 없고, 심지어 집안이 모두 대머리인데 나만 나이 들어도 모발이 검고 풍성하다”고 답했다. 더욱 눈에 띈 건 70대 중반이라기에는…
유학에서 좋은 위정자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해 백성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이다. 이를 덕치라고 한다. 법치는 어쩔 수 없이 일이 불거지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됐을 때 불가피하게 쓰는 사후 수단이자 차선의 방법이다. 그래서 덕치는 왕도(王道)이고 법치는 패도(霸道…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으로 불릴 만큼 몸이 허약했던 세종의 재위 13년 어느 날 일이었다. 사신을 따라 조선에 왔다 세종의 치료에 나섰던 명나라 태의의 진료비를 두고 군신 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승정원에서는 “지난번에 삼베 6필을 주었으니 이번에는 삼베 5필을 주자”고 결정한 반면,…
한겨울 건조한 날씨로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이 아토피나 건성 피부염으로 인한 것이지만 간 질환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의 합병증인 경우도 많다. 각종 질환을 달고 살았던 조선의 임금들도 가려움증의 고통을 비켜가지 못했다. 숙종은 그 대표적 인물이었다. 숙종…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사람들의 시선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요즘 같으면 기침이 그렇다. 코로나19 이후 언제부터인가 기침을 하면 마치 병균의 숙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몸 안 호흡기도로 들어왔을 때 이를 밖으로 배출하려는 …
미꾸라지는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그 자체로 요리해 먹기는 힘들다. 추어탕에 초피나무의 열매인 천초를 넣는 이유도 비린내를 잡기 위함이다. 예부터 천초의 맵고 알싸한 향기는 미꾸라지뿐 아니라 다양한 민물고기의 비린내를 없애는 귀중한 양념으로 쓰여 왔다. 천초는 경상도에선 제피라고도 불리…
오래전 지인 이야기다. 부동산을 팔고 현금 1억 원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강도를 당할까, 잃어버릴까, 주변 모두가 의심스럽고 불안했다고 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독점하고 있으면 불안하다. 권력을 찬탈당할까, 주변 사람들을 항시 경계하고 불신한다. 조선의…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콧물을 쏟아내고 연신 재채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감기 또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느 쪽인지 구분 짓기는 쉽지 않다. 이들 증상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콧물의 상태를 보는 것이다. 맑은 콧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코…
“아야, 아야, 장모님….” 신혼 첫날 신부 일가나 동네 청년들이 신랑을 거꾸로 매달고 발바닥을 방망이로 때리면 신랑은 장모를 찾으며 비명을 지른다.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 민족의 풍속 중 하나다. 고려 말기에 신랑이 신부 집에서 친척이나 친구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남침연(覽寢宴…
“나뭇잎들이 축 늘어져서 허덕허덕하도록 더웁다. 이렇게 더우니 시냇물인들 서늘한 소리를 내어 보는 재간도 없으리라.” 시인 이상은 수필 ‘권태’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낮 더위는 힘들었어도 여름밤은 그래도 낭만이 있었다. 멍석 위에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