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왕들이 좋아했던 생강
공자는 ‘논어’ 향당 편에서 자신의 식습관을 밝히면서 ‘생강을 끊지 않고 먹었다’고 했다. ‘생강은 정신을 소통시키고 내부의 탁한 악기를 없앤다’라는 주석도 달았다. 중국 명나라의 종합의서 ‘의학입문’에는 ‘생강을 먹으면 온몸의 기운이 바르게 되어 더럽고 나쁜 것을 없앤다’고 설명한다…
-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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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 향당 편에서 자신의 식습관을 밝히면서 ‘생강을 끊지 않고 먹었다’고 했다. ‘생강은 정신을 소통시키고 내부의 탁한 악기를 없앤다’라는 주석도 달았다. 중국 명나라의 종합의서 ‘의학입문’에는 ‘생강을 먹으면 온몸의 기운이 바르게 되어 더럽고 나쁜 것을 없앤다’고 설명한다…
영조는 장수대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평생 잔병치레를 했다. 그는 워낙 약골 체질이라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대단했다. 특히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자주 호소했는데, 의관들은 처방으로 밤과 소나무 뿌리와 우슬 오가피로 빚은 송절차를 권했다. 영조 9년 11월 12일 승정원일기…
“세자가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검은 멱목으로 그 얼굴 반쪽만 덮어 놓았다.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도 그 얼굴빛을 분변할 수 없어 마치 약물에 중독돼 죽은 사람과 같았다.” 1645년 6월 27일…
조선 초중반기까지 한의학은 약물 치료가 대세였다. 한의서로 유명한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 등도 약물 위주다. 그러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전란을 겪으면서 약물이 귀해지자 값싸고 응급성이 강한 침구 위주의 치료가 각광을 받았다. 그렇다면 조선의 국가대표 침의(鍼醫…
조선 왕실의 왕권 강화에 가장 큰 장애물은 외척이나 처가 집안의 권력화였다. 인조반정에 성공한 노론 세력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정략은 ‘국혼(國婚)을 절대 놓치지 말라’는 것. 왕비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정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1세에 왕위에 오른 순…
위장이 불편해 오랫동안 한방 치료를 받았던 지인이 교도소에서 2년여를 보내고 찾아왔다. 걱정과는 달리 얼굴빛이 너무 좋았다. 오히려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속도 편안하게 잘 보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침마다 따뜻한 물을 페트병에 넣어 배를 따뜻하게 했더니 감기도 배탈도 전혀 없었다는…
‘의술(醫術)’이란 단어에서 의(醫)자는 본래 술 주(酒)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글자다. 예부터 술은 몸의 온기를 북돋우는 기능이 있어 약으로 쓰여 왔는데 실제 효험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다. 실록에는 성종 때 정난공신 홍윤성이 여름에 이질에 걸리자 소주(燒酒)를 조금씩 마시며 이질을 …
조선 18대 임금 현종은 그 유명한 ‘예송논쟁’으로 재위를 시작했다. 예송논쟁은 인조의 장자 소현세자의 갑작스러운 의문사로 왕위에 오른 차남 효종과, 효종을 계승한 현종의 정통성을 부정하느냐, 인정하느냐를 두고 서인과 남인이 크게 다툰 사건이다.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서인은 2차례에 걸…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의약과 음식의 근본은 같다’는 의미로, 쉽게 말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음식과 약의 구별이 없다는 뜻이다. 약식동원(藥食同源)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선 아무리 좋은 음식과 약이라도 내 몸의 상태에 안 맞으면 독이 될 수 있다. 절대 같이 …
조선의 왕들은 단명했지만 조선왕조실록에서 그 원인에 대한 신하들의 구체적 언급을 찾긴 힘들다. 그 대신 돌려서 말한 부분은 접할 수 있다. 인조 17년 신하들은 인조의 병을 귀신 들린 병인 ‘사수(邪수)’로 진단한 침의들을 ‘촌의(村醫)’, 즉 능력 없는 시골의사라고 조롱한 뒤 왕의 …
어린 시절, 시골 우리 집 재산목록 1호는 소였다. 40여 년 전 부모님이 “소가 황에 걸렸다”며 당황해하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황’은 지금으로 보면 황달이었다. 내 기억엔 주로 뒷다리를 부들부들 떨었는데 치료법이 딱히 없어 소침을 뒷다리에 놓고 낫기를 기다렸다. 이런 소가…
황사 미세먼지 꽃가루 등 온갖 이물질이 부유하는 봄철, 우리 몸은 콧속에 1차 방어전선을 구축한다. 코털과 콧물(점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마치 해변의 소나무 숲이 바닷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막아주듯 방풍림 역할을 한다. 코털은 0.5μm 이상의 비교적 큰 입자를 막지만 그보…
태반은 임신부의 자궁 안에서 태아의 영양 공급, 호흡, 배설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고대에서는 인간이 최초로 몸에 걸치는 가장 좋은 옷이라고 여겨 ‘신선의(神仙衣)’라고도 불렀다. 한방에선 약재로 쓰이는 태반을 자하거라고 부르는데 그 약용 기록은 중종실록에서 처음 나온다. 연산군을…
세종대왕의 빛나는 애민 정신과 위대한 업적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평생 각종 질병으로 고통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심어진 세종대왕의 이미지는 날씬하고 잘생긴 인물. 하지만 실제 그는 아버지 태종이 ‘비중(肥重)’이라고 말할 정도로 살찐 체형이…
효종의 아들 현종은 요즘 말로 하면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그만큼 자주 아프고, 아픈 곳도 많았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현종은 즉위 초부터 한약을 먹었다. 그에게 가장 많이 처방된 탕제는 가감양격산.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치료하는 약제였다. 현종은 즉위 후 7년 동안…
고종은 명성황후의 영향을 받아 올빼미 생활을 했다. 명성황후는 오빠였던 민승호가 폭탄 테러로 사망하자 두려움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왕실의 관행을 어길 정도였으니 고종에 대한 명성황후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고종은 생활리듬이 깨진 탓에 …
공진단은 탁월한 효능을 가진 한약이다. 몸이 허해 원기를 보충해야 할 때, 머리에 열이 올라 두통이 심할 때 특히 효험을 발휘한다. ‘동의보감’엔 공진단의 효능이 “타고난 원기를 든든하게 해 오장이 스스로 조화해 온갖 병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공진단은 원나라 명의 …
“최근 어지럼증이 심해져 어제는 억지로 세수하고 머리 빗고 앉아서 기다렸는데 마침내 차대(次對)를 거행하지 못했다. 아침 수라(水刺)도 오후에야 비로소 들었다.” 조선의 왕은 절대적 권력을 누렸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군신 간의 관계는 밀고 당기는 고도의 정치 드라마였다…
“궁중에 있을 땐 좀 불편하지만 예(禮)는 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에 와서는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해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허리의 상태를 보고 왕 노릇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라 불릴 만큼 다…
최근 유행하는 인플루엔자(독감) 때문에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침은 자신도 괴롭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불쾌감을 준다. 발작에 가까운 기침을 하다 보면 주변 사람의 시선도 따가워진다. 한방에선 기침을 이기는 방법으로 약물뿐만 아니라 차(茶)도 많이 이용해 왔다. 여기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