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에 전해지는 탈모 치료법들[이상곤의 실록한의학]〈136〉
“머리털이 노랗게 시들어갈 때는 곰의 기름을 발라주고 빠질 때는 곰의 골수로 기름을 내어 발라준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탈모 처방 중 일부다. 탈모 치료에 곰 기름을 쓴 기록은 로마 시대에도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연인 시저의 대머리에 곰 기름을 발라줬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 치료 …
- 2023-06-15
- 좋아요 개
- 코멘트 개
“머리털이 노랗게 시들어갈 때는 곰의 기름을 발라주고 빠질 때는 곰의 골수로 기름을 내어 발라준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탈모 처방 중 일부다. 탈모 치료에 곰 기름을 쓴 기록은 로마 시대에도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연인 시저의 대머리에 곰 기름을 발라줬다는 얘기가 바로 그것. 치료 …
이명이나 어지럼증은 완치가 힘든 난치질환으로, 예방이 최선인 질환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도 “성인(聖人)은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아직 발생하지 않은 병을 파악하여 예방한다”라고 쓰여 있다. 이렇게 치료가 어려운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병의 전조증상을 …
광해군은 나름 별미를 즐겼다. 실록은 ‘사삼 각로 권세가 처음에 중하더니 잡채 상서 세력은 당할 자 없구나’ 하였는데, 각로 한효순의 집에서는 사삼(沙蔘)으로 밀병을 만들었고, 상서 이충은 채소에다 다른 맛을 가미하였는데, 그 맛이 희한하였다. 한효순이 만든 사삼은 더덕이다. 한약재 …
풍수지리설의 근거가 되는 ‘풍수(風水)’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다. 직역하면 감출 장(藏)에 바람 풍(風), 바람은 감추고 물을 얻는 곳을 가리킨다. 겨울 한파를 몰고 오는 북서풍은 막아주면서 농사지을 물은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곳, 의역을 하면 바람이 잦고 물이 풍…
‘국민 화가’ 박수근의 그림 중 ‘아기 업은 소녀’라는 작품이 있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아기를 업고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그의 여느 작품처럼 한국적 정서와 서민의 애환을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이제 아기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모차에 태우고 다…
조선 14대 왕인 선조는 임금 자리에 오른 직후 극심한 콤플렉스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중종의 서자 덕흥군의 셋째 아들이었던 그는 조선 최초로 방계 출신의 왕이 되면서 시작부터 정통성 문제에 휩싸였다. 이율곡, 이황, 이순신, 이항복, 이덕형, 허준, 류성룡 등 조선 역사상 가장 뛰어…
영조는 임금 자리에 오른 지 3년부터 치통으로 고생했다. 잇몸이 붓는 증세가 특히 심했다. 풍열(風熱)이 가득 찬 것이다. 치아와 잇몸은 치주 인대로 단단히 붙어 있다. 열이 생기면 틈이 벌어져 이물질이 끼면서 염증이 생기고 붓는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그 기록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치…
조선 4대 왕 세종대왕의 평소 건강 상태에 대해 실록은 ‘비중(肥重)’ ‘건습(蹇濕)’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말로 하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었고, 다리를 절었다(蹇)는 뜻이다. 세종은 한쪽 다리를 저는 관절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루 뼈가 든 법주를 내의원으로부터 처방받아 자주 먹었다…
경종이 이복동생인 영조를 왕세제로 책봉한 것은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 중 하나다. 경종의 어머니는 희빈 장씨(장희빈)로 중전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지만, 영조의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로 천한 신분이었다. 게다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상대로 저주의 굿판을 벌인…
효종 재위 3년 10월, 조선왕조실록은 임금의 “죽인다”는 막말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한다. 조선 건국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참찬관 이척연은 “지난번 경연 자리에서 ‘죽인다(誅殺)’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하니 신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라며 왕의 과격한 언사에 대해 따졌다. 5…
예로부터 ‘건강한 강아지를 사려면 코가 촉촉한 강아지를 사라’는 말이 있다. 옛 사람들이 면역에 있어 코의 점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의 점액, 즉 콧물은 우리 몸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는 첫 관문 기능을 한다. 끈끈한 점액은 면역글로불린, 호산구, 대식…
조선시대 왕비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책임은 출산이다. 숙종, 경종, 영조, 정조, 순조에 이르기까지 총 아홉 명이나 되는 왕비가 있었지만 자식을 낳은 왕비는 인경왕후 2녀와 순원왕후 2남 3녀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모두 후궁에게서 낳은 자식들이다. 정식 왕비는 아니었지만 세자빈인 혜…
달콤한 맛에 대한 욕구만큼 절실한 것은 없다. 설탕을 보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 여린 소나무 가지의 속살은 단맛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 주는 창고였다. 치아로 한참 씹으면 단맛이 조금씩 배어 나왔다. 조선의 장수왕 영조도 재위 47년, 송절주(松節酒·소나무 가지를 넣어 빚은 약주)에 대…
조기를 통으로 소금에 절여 만드는 굴비의 약명(藥名)은 ‘상어(G魚)’다. 이때 한자 상(G)은 기를 양(養)자 밑에 물고기 어(魚)자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로, ‘몸을 보양하여 기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굴비는 몸을 보양하여 기르는 생선이라는 뜻이 된다. ‘본초강목’에는 “순…
뜨거운 온천도 있지만 차가운 냉천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몸 안에 화(火)가 쌓여 심해진 안질(眼疾·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냉천을 찾았다. 물의 냉기로 화를 진정시키려는 시도였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도저히 붓대를 잡고 글씨를 쓸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안질이 심했다. 추사는 자신의…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인간이 생명을 두고 벌이는 전쟁이다. 전쟁 양상이 격렬할수록, 기간이 길수록 후유증은 커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크고 치료 기간도 길다. 따라서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이 독감보다 극심한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코로나…
요즘 광란의 폭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은 목이 칼칼하거나 아픈 인후통(咽喉痛)이다. 한의학에선 목에 생긴 염증을 감정 기복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열(火) 받는 일이 생기면 목에 염증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는 조선시대 왕가의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
‘마음을 다스리면 병이 낫는다’라는 이야기는 실록의 보편적 질병관이다. 조선시대를 지배한 유학적 의료관(치료관)의 핵심은 마음을 닦는 ‘수양론’이었다. 질병의 원인을 육신보다 마음에서 찾았다. 욕망과 기질을 제어해 도덕적 삶을 살면 인간 본연의 성품이 드러나 모든 질병에서 해방된다는 …
태종은 조선시대 스피드 광이었다. 태종 재위 2년 9월 왕이 친히 강무(수렵대회)에 나선다고 하자 신하들은 극구 만류한다. 정몽주를 죽인 무신 조영무는 펄쩍 뛰며 “아랫사람들이 전하의 사냥을 반대하는 것은 말을 마음대로 달리다 탈이 날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읍소한다. 비슷한 시기 태조…
조선의 3대 임금 태종의 4남 성녕대군은 오진으로 죽은 최초의 왕자일지 모른다. 적어도 현재까지 남아있는 기록으로는 그렇다. 감염병인 천연두를 감기로 오인해 치료를 진행하다가 죽은 의료 사고였다. 냉혈한으로 알려진 태종도 자식의 죽음에 참척의 슬픔을 그대로 내보였다고 한다. 조선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