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뒤늦게 배운 발레로 12kg 빼고 혈압약 끊은 50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6일 08시 57분


우진미 씨가 발레학원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우진미 씨가 발레학원에서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가정주부 우진미 씨(56·경기 파주시 교하)는 친구 따라 발레학원에 갔다 약 6개월 만에 12kg을 감량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 4월쯤 발레를 취미로 하는 친구가 발레를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그 친구는 허리가 아파서 시작했는데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 친구는 발레를 8년 이상했다. 계속 꾸준히 하지 못하고 중간에 빠지기도 했지만 발레를 끊지 않았다. 발레를 하면 허리가 안 아프니 계속 한 것이다. 그 친구는 ‘발레는 너무 좋은 운동이다. 국민운동으로 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고 다닌다. 나도 거북목에 어깨가 안쪽으로 굽어 있던 터라 솔깃했다. 우리 딸도 발레를 하고 있었는데 좋다고 했다. 그래서 발레학원에 등록했다.”

우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이 제일 싫었던 그였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감기가 걸리면 잘 낫지 않았고 딸이 날씬한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해서 헬스클럽에 등록해 운동을 하기도 했었다.

“참 신기했다. 운동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발레는 재밌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동작들이 원장님의 설명에 따라 할 때 되는 게 신기했다. 예전에는 몸이 아파서 파스도 많이 붙였는데 발레를 하면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발레의 기본 동작을 하는 우진미 씨 모습.
발레의 기본 동작을 하는 우진미 씨 모습.

6월초 필라테스를 함께 하면서 몸이 두드러지게 좋아졌다. 매월 초 인바디 체크를 하는데 체중 감량과 함께 체지방도 줄었고 모든 지수가 좋게 나왔다. 6월에 69.8kg 이었는데 2일 아침에 재보니 57kg이었단다. 필라테스는 발레리나들이 보강운동이나 재활운동으로 활용하는 근육강화 프로그램이다.

“발레 시작 후 4개월 만에 한의원에 들렀는데 ‘나이 들면 살을 잘 빼지 못하는데 이렇게 많이 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많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혈압약까지 끊었단다.

“발레 하기 전에 약으로도 혈압이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죽 했으면 의사가 혈압을 매일 체크해서 결과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약을 안 먹어도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필라테스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
필라테스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
우 씨는 주당 발레 2회, 필라테스 2회 수업을 받는다.

“솔직히 발레하면서 땀이 날 줄은 몰랐다. 헬스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을 때도 흘리지 않았던 땀을 발레하면서 흘렸다. 지금 와서 보니 발레와 필라테스는 근육운동도 되고 유산소 운동도 되는 것 같다.”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헬스클럽에서 개인 PT까지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그다.

“솔직히 헬스 개인 PT 40회 정도로 2kg 정도 뺐었는데 그 정도는 인스턴트 음식, 믹스커피 안 먹고 조금만 조절해도 빠진다.”

헬스를 할 땐 근육을 어떻게 쓸지 잘 몰랐단다. 발레는 호흡을 하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쓰고 싶은 근육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단다.

“발레 원장님이 설명한대로 하니 동작이 잘됐다. 예를 들면 ‘팔을 올렸다 다시 내릴 때는 경갑골에 힘을 줘 견고하게 한 뒤 내려라’는 등 구체적으로 하는 설명을 따라 하는 게 재미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헬스 할 때도 자세히 설명해줘 근육을 잘 쑬 줄 알았다면 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발레를 하면서 근육 쓰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재미없으면 이렇게 오래 발레학원에 다릴 수 없다. 헬스 할 땐 몸이 피곤하면 안가기도 했는데 발레하면서는 한번도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해보 적이 없다.”

기구 필라테스로 등 및 전신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기구 필라테스로 등 및 전신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우 씨는 본격적으로 발레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7월부터 10월 초까지 한 달에 3kg 씩 빠졌다. 너무 살이 많이 빠져 ‘혹 병에 걸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원래 춤을 전혀 못 춘다. 몸치에 가깝다. 발레를 해본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시작은 체형 교정이었지만 살이 빠지니 더 매진하게 됐다. 시작 당시 체형이 보기 안 좋을 정도라 꽉 끼는 발레복은 엄두도 못 내 헐렁한 옷을 입고 했다. 이젠 그나마 볼만하게 됐다.”

발레를 시작하면서 운동의 맛도 알게 됐다.

“사실 난 자동차와 한 몸이었다. 가까운 곳도 늘 차를 타고 다녔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는 어딜 가든 걸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 하루 평균 1만보 이상을 걷는다. 한 번은 파주 헤이리에서 교하 집까지 약 13km를 걸어왔다. 과거 같으면 힘들어서 엄두도 못 낼 거리다. 이젠 거뜬히 걸을 수 있다.”

삶에 자신감도 생겼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자세가 안 나왔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됐다. 아직 더 만들어야 하지만 이젠 친구들과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어디 가서 불친철한 대우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그냥 참고 말지’라고 목소리를 못 냈는데 이젠 잘 따지게 됐다. 몸이 달라지니 정신적으로도 자신감이 넘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자세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거북목과 굽은 어깨는 완전히 정상이 됐고 구부정하게 앉던 버릇도 발레를 하면서 없어졌다. 친구들이 ‘너무 멋있어졌다’고 한다.”

발레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
발레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
우 씨의 ‘발레 배우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올해 말까지 체중을 더 빼야 한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다. 49kg까진 빼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발레 무대에 서고 싶다. 요즘 생활체육의 개념으로 나이든 분들도 발레 공연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 씨의 변신에 그를 따라 발레학원에 등록한 사람도 생겼단다.

우 씨의 다이어트 성공은 발레 필라테스를 운동으로 한 게 주된 원동력이었지만 먹는 것을 조절한 측면도 있다. 그는 발레를 시작하면서 먹는 양을 줄였다.

“사실 난 먹는 것을 가리진 않는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면 머리가 핑 돌기도 한다. 과거 헬스 하다 머리가 어지러워 김밥을 사먹고 다시 운동한 적도 있다. 하지만 먹는 양은 줄였다. 간헐적 단식의 개념으로 아침은 건너뛴다. 대신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고기와 튀김, 밥 가리지 않는다. 디저트까지 양껏 먹는다. 저녁엔 나또와 야채, 과일을 먹는다.”

우 씨는 100살까지 발레와 필라테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인들 근육 손실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는 것을 봤다. 실제로 친정어머니가 88세인데 하체 근육이 없어 잘 걷지 못한다. 뼈만 남았다. 운동을 하라고 해도 힘들어서 못한다. 늦었지만 발레와 필라테스를 시작해 운동의 맛을 알게 된 게 내겐 정말 큰 행운이다. 발레와 필라테스를 평생 스포츠로 생각하고 계속 하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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