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 타임]박결 “4년간 ‘우승도 못하면서…’ 댓글 상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인천亞경기 금메달 등 각광… 프로 ‘105전106기’ 눈물 쏟아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여자골프 개인전 금메달, 그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드전 수석 합격. 화려한 경력을 지닌 박결(22·삼일제약)은 2015년 KLPGA투어에 뛰어들 때만 해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토록 꿈꾸던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4시즌 동안 준우승만 6번 했다. 우승 갈증에 허덕이는 사이 투어 입문 동기인 박지영, 지한솔, 이지현, 박채윤, 양채린이 위너스 클럽에 가입하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봐야 했다. “진심으로 축하는 해줬지만 속으론 서글픈 생각이 들더군요.”

뛰어난 외모에 ‘필드의 바비 인형’이란 별명으로 주목받던 그에게는 ‘무관의 인기 스타’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이 붙었다.

이번 시즌도 대회를 2개 남겨둘 때까지 우승이 없어 올해도 그냥 지나가나 했던 박결은 28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GC에서 끝난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클래식에서 8타 차 역전 드라마를 쓰며 생애 첫 우승을 맛본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지 만 하루가 지난 29일 오후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축하한다는 연락이 계속오고 집으로 꽃바구니, 꽃다발 같은 선물이 오는 걸 보니 우승한 게 실감이 난다”며 웃었다.

그는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1등도 못 하는데 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댓글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에 대해 묻자 “다른 분들이 보기엔 외모만 가꾼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좋은 댓글도 있고 응원해 주는 팬들도 계시기 때문에 힘이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106번째 투어 무대인 이번 대회 마지막 날 출발할 때만해도 정상권에서 멀어져 있어 마음을 비웠던 게 좋은 결과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엄마가 서울 가는 비행기 표를 당초 오후 9시로 예약을 해두셨어요. 우승은 생각도 못해 오후 7시면 충분한데 너무 늦은 거 아니냐고 뭐라 했거든요. 근데 우승하고 행사까지 하다보니 시간이 딱 맞았어요.”

박결은 평소 이정민, 정연주, 김지현 등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특히 김지현(한화)은 전날 우승이 확정된 뒤 서로 포옹하며 축하를 나누기도 했다.

김지현 역시 지난해 125번의 도전 끝에 첫 승을 거뒀기에 누구보다 박결의 심적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28일 KL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절친한 선배 김지현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고 있는 박결. <골프in 박태성 제공>
28일 KL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절친한 선배 김지현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고 있는 박결. <골프in 박태성 제공>


박결은 “지현 언니를 보고 많이 배웠다. 언니가 첫 승을 한 뒤 빨리 한다고 좋은 거 없다. 천천히 해도 되고, 인생이 우승이 전부는 아니라고 좋은 말 많이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김지현은 박결에 대해 “여가 시간도 종종 함께하는 사이여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걸 잘 알고 있었다. 늘 상위권에 있으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 보라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박결은 올해 초 등 부상으로 4월에 한 달 동안 필드를 떠나있었다. “4개 대회 정도를 쉬면서 혹시 올해 상금 60위 이내에 못 들어 시드를 놓칠까 걱정했었죠. 치료만 하고 아예 채를 안 잡았는데 다행히 잘 복귀할 수 있었어요.”

그는 4년 동안 우승이 없었어도 운적은 딱 한번이라고 했다. 이번 시즌 메이저 대회인 한화클래식에서 1타차로 예선 탈락했을 때였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놓쳐 탈락했어요. 끝나고 안성현 코치님을 만났는데 1시간 동안 흘리며 얘기를 나눴죠.”

이번 시즌 시련과 아픔 등 우여곡절 끝에 챔피언에 오르는 달콤한 기쁨을 맛본 그는 “동료들에게 떡도 돌리고, 친한 선후배들에게 밥도 쏘기로 했다”며 “예전엔 챔피언조에 들면 ‘잘해야 한다,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흔들렸다. 이젠 한번 해봤기 때문에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 여자골프 대표팀 시절 박결(가운데) 이소영(오른쪽) 최혜진. 이소영과 최혜진은 KLPGA투어에서 박결보다 앞서 우승을 신고하며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 여자골프 대표팀 시절 박결(가운데) 이소영(오른쪽) 최혜진. 이소영과 최혜진은 KLPGA투어에서 박결보다 앞서 우승을 신고하며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한편 1개 대회(11월 9일 개막 ADT캡스챔피언십)만을 남겨둔 KLPGA투어 상금왕은 약 7300만 원 차로 상금 1, 2위에 오른 이정은과 배선우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상은 최혜진과 오지현이 다투게 됐다.

박결 KLPGA투어 시즌별 성적표
박결 KLPGA투어 시즌별 성적표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lpga#박결#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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