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대에는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온통 그를 향한 듯 하다. ‘낚시꾼 골퍼’ 최호성(46) 얘기다.
최호성은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초청 선수로 나선다. 그의 미국PGA투어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5일 가족과 함께 난생 첫 미국 땅을 밟은 최호성은 마치 할리우드 유명 스타처럼 현지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최호성 관련 기사를 온라인 톱으로 게재했다. 인천공항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비행기 안에서 13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일화를 소개하며 긴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차 적응을 빠르게 할 목적이었다고 전했다. 또 아내, 두 아들과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인 앤 아웃 버거를 먹었다는 등 시시콜콜한 일상까지도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회 소셜 미디어는 5일 최호성이 현지 방송과 인터뷰하는 사진과 함께 “최호성이 도착했다. 미디어들이 모여들고, 팬들도 기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최호성 열풍이 더욱 거세졌다. 최호성과 동반 플레이 희망 의사를 밝혔던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애런 로저스(그린베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최호성 도착 사실과 함께 ‘골프를 치자’는 한글 표현까지 달았다.
PGA투어 선수 라이언 러플스(호주)는 최호성을 만나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내 생애 최고의 날, 아이돌 최호성을 만났다’고 적었다. 함께 사진을 찍은 행크 레비오다(미국)도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골프 장비 리포터인 앤드류 터스키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호성이 김밥 먹는 사진, 최호성 캐디백과 헤드커버에 새긴 ‘낚시꾼 스윙’ 마크를 소개했다.
이 대회는 투어 선수 156명이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과 2인 1조를 이뤄 플레이한다. 사흘 동안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천816야드),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6천958야드), 스파이글래스 힐 GC(파72·6천858야드) 등 3개 코스를 돈 뒤 54홀 컷을 적용해 최종 라운드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치른다.
최호성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세상 어디에도 볼 수 없던 그의 스윙 때문이다. 그는 비거리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스윙 후 동작이 마치 낚싯대를 잡아채는 모습 같다고 해서 ‘낚시꾼 골퍼’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한국오픈 당시 이 스윙이 담긴 동영상이 세계적인 화제를 뿌린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월드오픈에서는 우승까지 했다. 타이거 우즈는 최근 인터뷰에서 “최호성 피니시 동작을 보면 내 허리가 아픈 것 같다”고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지난 연말 일본에서 귀국한 뒤 사인과 사진 요청 등 유명세를 치렀던 최호성은 “좋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드라이버 비거리가 269야드 정도였는데 이젠 힘 좀 쓰면 290야드 가까이 친다. 두 클럽 이상을 짧게 잡게 되니 하이브리드 대신 아이언을 치게 된다”며 낚시꾼 스윙의 효험을 설명했다.
포항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 마디를 잃어 4급 장애 판정을 받은 최호성은 안양골프장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25세 때 뒤늦게 골프에 입문했다. 역경 극본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최호성은 “재밌게 긍정적으로 살았을 뿐이다. PGA투어에서도 이런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에는 며칠전 태풍이 휘몰아쳤다. 최호성 열풍도 이미 PGA투어를 강타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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