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건강]‘신이 준 선물’ 운동, 습관처럼 즐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9일 03시 00분


정병일 대표(거울 속 오른쪽)가 이상국 전 한국탁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자세 지도를 받고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병일 대표(거울 속 오른쪽)가 이상국 전 한국탁구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자세 지도를 받고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정병일 ㈜베코인터내쇼날 대표이사(59)는 2016년 8월 아내의 손에 이끌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집 근처 이상국탁구교실에서 레슨을 받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그해 6월 희귀 난치성 암인 염증성근섬유아세포종으로 복부 왼쪽 근육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뒤 2개월 만이다. 정 대표의 아내는 운동 종목 중에서 탁구가 짧은 시간에 비해 운동량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남편을 끌고 갔다. 평생 운동이라는 것을 해보지 않았던 정 대표는 ‘도망갈까 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내가 무서워 어쩔 수 없이 탁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채 5분도 못하고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정 대표는 “한 10개월쯤 하니 탁구가 힘들지 않았고 1년 반쯤 하니 이젠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해 발길이 자연스럽게 탁구장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탁구하기 전까지 사업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었다고 했다. 밤늦게 퇴근해 술집에서 토할 때까지 술을 마셨단다. “사업하면서 쌓인 울분과 감정의 찌꺼기를 다 토해 내야 마음이 안정됐다”고 했다. 이젠 탁구를 하면서 흘리는 땀방울에 그 울분을 실어서 날린다. 정 대표는 “땀을 흠뻑 흘리며 탁구를 치고 나면 나를 옥죈 온갖 스트레스도 빠져나간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달리는 미스터코리아’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4)은 “운동도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에서 정상에 오른 창 원장은 보디빌딩협회 이사로 후진 양성에 힘쓰다 졸도하며 쓰러질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그 뒤 1990년대 말 마라톤에 입문해 다시 건강을 되찾았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 수십 차례 외에 다수의 ‘사막마라톤’까지 완주했다. 창 원장은 젊었을 때 운동을 많이 했지만 달리기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소 3개월은 꾸준히 해야 몸이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볼 때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을 때 몸의 유의미한 변화는 3개월은 넘어야 나타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달리기의 경우 3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심폐지구력이 좋아지고 콜레스테롤과 지방 감소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우리 뇌도 이 시기에 운동에 적응한다. 사람들이 ‘운동 안 하니 몸이 찝찝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뇌도 운동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우리 뇌는 습관과 실제 행동이 부조화를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의 매일 하던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뇌는 ‘왜 운동을 하지 않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 차는 있지만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을 습관화하는 데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어떤 운동이든지 참고 6개월 이상 꾸준히 하면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단계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스포츠심장이란 말이 있다. 스포츠를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 한정해 심장 기능이 효율적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을 이루고 있는 근육의 벽이 두꺼워지고 공간이 넓어지면서 수축력과 이완력의 최대치가 증가함에 따라 박동수 및 혈액 박출량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운동에 특화된 심장이다. 강한 운동을 해도 숨이 차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심장이 되려면 2∼3년은 운동선수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은 3개월 이상 꾸준히 하면 심장 기능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 운동을 오래했어도 그만두면 3개월 안에 심장 기능이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 운동으로 힘들게 만든 몸이 원상태로 돌아가는 시간도 3개월이란 얘기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기에 운동을 습관화하기가 쉽지는 않다. 처음 운동을 하면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이를 참고 넘어서야 한다. 운동 초보자들이 쉽게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신이 준 선물’인 운동에 빠져들기 위해선 체계적인 계획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 대표는 “솔직히 어떤 운동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탁구에 적응하는 데 힘들었고 오래 걸렸다. 힘들게 탁구의 맛을 알게 됐으니 이젠 오래오래 즐기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탁구를 통해 몸과 정신 건강은 물론이고 대인관계도 좋아졌다고 했다. 탁구동호회 사람들을 만나면서 ‘즐겁고 건강한 교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구 하나가 가져다주는 혜택이 많았다. 모두 탁구치기를 습관화해 얻은 결과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탁구#운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