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 타임] 굿샷은 사랑을 타고, 가족의 힘으로 따뜻한 그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8일 09시 38분


이달 중순 PGA투어 바이런 넬슨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이룬 뒤 부인, 아들과 기뻐하는 강성훈
이달 중순 PGA투어 바이런 넬슨에서 생애 첫 우승을 이룬 뒤 부인, 아들과 기뻐하는 강성훈

강성훈(32)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59번째 도전 끝에 첫 승을 거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승을 차지한 그의 곁에는 부인과 아들이 있었다.

강성훈이 그토록 원했던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었던 데는 가족도 큰 힘이 됐다. 2016년 양소영 씨와 결혼 후 지난해 9월 아들 건 군을 얻으면서 골프에 대한 새로운 열정이 생겼다는 것이다.

강성훈의 아버지 강희남 씨는 “혼자 미국 생활할 때는 잘 챙겨 먹지 못하고 외로움도 탔다. 아내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 말벗이 생겨 의지가 되고, 책임감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성훈 역시 “아내와 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생겨 훈련에도 더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때 투어 카드를 잃을 까 노심초사했던 강성훈은 이제 PGA투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으로 떠올랐다.

골프는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캐디가 곁을 지키긴 해도 샷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최종 결정과 그 결과는 골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나쁘다고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멘털이 흔들리면 좋은 스코어를 기대하기 힘들다. 고독한 승부의 세계에서 가족의 존재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이유다.

미국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우승 직후 딸과 포옹하는 케빈 나. PGA투어 제공
미국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 우승 직후 딸과 포옹하는 케빈 나. PGA투어 제공

27일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정상에 오른 재미교포 케빈 나(36)는 우승 직후 부인, 세 살 된 딸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통산 상금 3000만 달러도 돌파한 그는 “골퍼로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우승을 많이 하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늑장 플레이 등으로 호감을 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케빈 나는 가장이 된 뒤 달라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두 아들, 캐디와 시상식에 참석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박상현
두 아들, 캐디와 시상식에 참석한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박상현

한국 남자 골프 간판스타 박상현(36)은 두 아들을 복덩이로 여긴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뒤 전성기를 맞았다. 2016년 매경오픈에서 세살 아들이 준 카네이션을 받고 정상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3개 대회 우승을 휩쓸며 상금왕, 평균타수왕까지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아시안투어 신인왕까지 거머쥐기도 했다.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공이 새기고 플레이하는 박상현은 “비시즌 때 집에 있으니까 아이가 아빠 골프 치러 안가냐고 묻더라.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약혼과 결혼 후 최고 전성기를 맞은 박인비와 남기협 커플
약혼과 결혼 후 최고 전성기를 맞은 박인비와 남기협 커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는 ‘골프 여제’ 박인비(31)가 대표적이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만 19세 나이로 정상에 오르며 스포츠라이트를 활짝 받았다. 하지만 4년 가까이 무관에 그치며 골프를 관둘 위기에 빠졌다. 당시 박인비는 “너무 불행하다”며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기까지 했다. 2012년 스윙 코치인 남기협 프로와 약혼 후 투어 생활을 같이 한 뒤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2014년 결혼 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인비는 “오빠(남기협 프로)가 내 스윙을 정말 잘 본다. 흔들릴 때마다 잡아준다. 항상 경쟁에 지쳐 있는 투어 생활에서 누군가 항상 내 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끝난 LPGA투어 퓨어 실크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공동 13위로 마친 박희영과 허미정은 둘 다 기혼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결혼 후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필드 스타들은 자신의 가족을 뛰어넘는 따듯한 사랑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케빈 나는 이번 우승을 통해 부상으로 받은 1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승용차를 캐디 케니 함스에게 선물했다. 11년 동안 자신과 동고동락한 캐디를 위해 통 큰 결심을 한 것이다.

박상현은 지난 연말 신한동해오픈 우승 상금의 절반인 1억 원을 어린이 소아암환자를 위해 기부했다. 메인스폰서인 동아제약도 함께 1억원을 내놓으며 동참했다. 박상현은 “우리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다니다 보니 힘겨워 하는 환우들을 알게 됐다. 기부 하려면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웃었다.

박인비는 10년 넘게 전 세계 난치병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국제 비영리 단체 메이크어위시 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기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한 그는 최근 2년 연속 동물자유연대에 유기동물을 위한 사료 10t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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