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 근육을 키워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16시 43분


지난달 4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종소 씨. 75세인 임 씨는 “근육운동으로 10년는 넘게 젊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달 4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종소 씨. 75세인 임 씨는 “근육운동으로 10년는 넘게 젊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52세 아들에 26세 큰 손녀를 둔 ‘할머니’ 임종소 씨(75·경기 판교)는 지난해 5월부터 웨이트트레이닝(WT) 개인레슨(PT)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에어로빅을 35년간 즐기던 임 씨는 지난해 초 허리 협착(요추 3, 4번)으로 오른발을 쓸 수가 없어 병원을 찾았지만 주사를 맞아도 그때뿐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눈여겨봤던 맞춤형 근육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헬스클럽을 찾았다. 막연하게 맞춤 운동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관장이 “운동으로 통증을 없앨 수 있다”고 해서 바로 PT를 신청했고 주 3회 1시간씩 한달 정도 근육운동을 하니 거짓말같이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임 씨는 “통증은 사라졌지만 재발할 수 있어 계속 근육운동을 했다. 그러니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한 6개월 했을 땐 내가 거울을 봐도 놀랄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어깨도 펴지고 자세로 좋아지고….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고 말했다. 43kg이던 체중도 46kg으로 늘었다. 근육량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임 씨는 “처녀 때 몸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매사에 힘이 넘치고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다. 한 땐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팠는데 지금은 근육이 방석 역할을 해 아주 편안하다”며 활짝 웃었다.

임 씨는 헬스클럽 관장의 권유로 4월 14일 열린 부천시장기 제7회 부천 보디빌딩 및 피트니스대회에 출전했고, 5월 4일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피규어 38세 이상부에서 2위를 했다. “솔직히 이 나이에 볼썽사납게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출전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갔는데 입상까지 해 더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나이를 듣고 “20년은 젊어 보인다”고 했을 때는 더 없이 행복하단다.

임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나이가 들면서 걷기 달리기 등 유산소 운동도 필요하지만 근육운동이 더 중요하다. 사람 근육은 40세 이후 해마다 1%씩 감소한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80세에는 최대 근육량의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사람은 근육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어 제대로 살수가 없다.

근육은 젊음을 되찾아주는 회춘약(回春藥)과 같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나이 들수록 근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육은 성호르몬을 활성화 시킨다. 성장호르몬도 배출시킨다. 몸을 젊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80대에도 40, 50대 몸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근육이 붙어 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심리적 자신감도 함께 따라 온다. 송 실장은 “근육을 키우면 면역력도 높아지고 근골격계 질환이 없어진다.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종소 씨가 개인레슨을 받고 있는 경기 용인의 헬스클럽에서 덤벨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75세인 임 씨는 “근육운동으로 10년는 넘게 젊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임종소 씨가 개인레슨을 받고 있는 경기 용인의 헬스클럽에서 덤벨을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75세인 임 씨는 “근육운동으로 10년는 넘게 젊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근육은 젊음의 표상이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는 “젊음은 에너지란 말과 같다. 다양한 힘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육이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노년엔 에너지가 떨어진다. 그 차이가 근육량의 차이다. 결국 나이 들어서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육은 부상을 막고 통증도 없애준다. 김 교수는 “근육은 우리 몸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뼈를 바르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 조화롭게 발달돼 있으면 뼈도 제 위치에 있어 부상 위험도 없어진다. ”관절을 잡아주는 근육의 경우 힘의 밸런스가 깨지면 관절이 맞닿게 돼 염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척추 협착 임 씨의 경우도 허리 근육이 강화되면서 통증이 없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허리 협착으로 통증이 오면 근육이 과긴장(근섬유 단축)을 해 관절면이 좁아지면서 디스크를 압박해 통증을 강화한다. 이 땐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데 스트레칭 체조도 좋지만 근육운동이 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근력이 강화되면 뒤로 밀려나는 디크스를 막아 통증을 없애준다. 근력강화로 인한 통증완화는 근력의 힘으로 신경 눌림 현상을 막아주는 것이지 협착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꾸준한 근력운동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75세 청춘’ 임종소 씨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나이 먹었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것은 죄악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자리보전하게 돼 자식들에게도 누가 된다. 아파도 포기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특히 근육을 키워라. 근육을 키우면 10년은 젊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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