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돌리다 ‘뚝’… 불청객 디스크, 꾸준한 운동으로 이겨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3시 00분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은 대충 걷거나 산책과 같은 운동은 심장 개선 효과가 작다며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원칙
에 맞게 할 것을 권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은 대충 걷거나 산책과 같은 운동은 심장 개선 효과가 작다며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원칙 에 맞게 할 것을 권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014년 3월 삼성서울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장뇌혈관병원을 열었다. 올 4월 사령탑에 오른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57·순환기내과 교수)은 심장동맥(관상동맥) 질환 분야의 베스트 닥터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심근경색 평가에서는 사망률 전국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권 교수는 급성심장동맥증후군 환자를 상대로 연구한 결과 아스피린을 비롯해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12개월 이상 복용하면 재발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저널인 ‘랜싯’에 발표됐다. 미국심장학회의 학술대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명의라 해도 질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체로 건강한 편인 권 교수도 5년 전에는 목 디스크로 고생해야 했다. 목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운동하는데 갑자기 ‘뚝’ 하는 느낌이 들더니 통증이 시작됐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수차례 맞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1년 넘게 고통이 이어졌다. 현재 권 교수의 상태는 어떨까.

○ “운동으로 디스크 치료 중”

권 교수는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동료 의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의사들은 그에게 ‘매킨지 운동’을 권했다. 이 운동은 목과 척추 건강을 강화하기 위한 스트레칭이다. 여러 동작이 있는데 그중에서 목을 젖혀 하늘을 보는 자세가 목 디스크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부터 권 교수는 시간만 나면 수시로 목 스트레칭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 목 디스크에서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했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다만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회의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목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의도적으로 등을 펴거나 목 주변에 힘을 준다. 그는 “한 번에 완치하는 것은 힘들다.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권 교수는 운동량이 부족한 편은 아니다. 자전거를 꽤나 즐긴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예사로 돌아다녔다. 서울에서 강원도 춘천까지의 라이딩은 그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까지 약 17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다녀온 적도 있다.

자전거 타기의 장점은 뭘까. 권 교수는 “하체 근육을 키우는 데 좋다. 또 기초대사량을 늘려줘 체중 증가를 막아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달을 오래 밟으면 무릎 주변이 뻐근하게 아파올 때가 있다. 이 또한 관절 이상이 아닐까.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그건 근육 통증이다. 조금 쉬면 대부분 괜찮아진다. 자전거를 탈 때는 체중이 무릎 관절에 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면 자연을 즐길 수 있어 더 좋다고 한다. 다만 부상의 위험이 큰 것은 부담이다. 실제로 권 교수도 자전거를 타다 다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자전거를 많이 즐기지 못한다.

○ “운동은 원칙에 맞게 해야 효과 있다”

권 교수는 40대 초반부터 헬스클럽에서 틈틈이 운동했다. 당시 권 교수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환자가 몰리면서 시술도 늘었다. 늘 몸이 천근만근이고 피로로 찌든 느낌이었다. 컨디션이 엉망이면 짜증도 많이 나는 법. 게다가 이미 그때부터 허리 통증이 나타났다.

당시나 지금이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즘의 운동이 훨씬 체계적이고 원칙에 가깝다. 일단 매주 2, 3회의 운동 횟수를 가급적 채운다. 권 교수는 병원 내 헬스클럽 외에도 집 주변 헬스클럽 한 곳을 더 이용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날 때 언제든 운동하기 위해서다.

운동 순서도 지킨다. 먼저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한다.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3∼4도로 맞추고 시속 6km로 30분 동안 걷는다. 평지라고 가정하면 시속 7∼8km에 해당하는 속도다.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 5분 정도는 속도를 올려 달린다. 걷기 운동이 끝나면 자전거를 10분 동안 탄다. 이 경우에도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 한 차례 속도를 높인다.

유산소 운동을 끝낸 후에는 허리와 목 건강을 위해 2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한다.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를 경험했기에 권 교수가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맨 마지막에는 가슴 근육과 목 주변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20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이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권 교수는 “덜 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과도하게 하는 것도 몸에 무리가 간다. 또 한 가지, 각 운동 종목별로 제대로 운동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탈 때도 다리가 펴질만큼 안장을 높여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자전거를 탈 때도 다리가 펴질만큼 안장을 높여야 한다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이를테면 스트레칭부터 무턱대고 했다가는 굳어 있는 근육이 다칠 수 있다. 권 교수는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먼저 한 후에 스트레칭으로 넘어갈 것을 권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특히 안장 높이에 신경 써야 한다. 페달에 발을 얹었을 때 무릎이 굽혀지지 않을 정도로 안장 높이를 조절하는 게 좋다. 발에 힘을 줘 페달을 밀고 앞으로 나가는 식의 운동법도 좋지 않다. 권 교수는 “아래쪽 페달에 얹은 발에 신경을 집중하라. 그 발을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페달을 돌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대충 걷기, 심장 건강에 도움 안 돼”

권 교수는 일반인의 운동 상식에 틀린 부분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령 식사 후의 산책은 심장 건강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권 교수는 “산책은 장의 운동을 활성화해 소화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운동 강도가 낮기 때문에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루에 1만 보 이상을 걸으면 어떨까. 이번에도 권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권 교수는 “무턱대고 1만 보 이상 걷기만 하다가는 오히려 무릎을 다칠 수도 있다. 하루 1만 보 걷기를 맹신하지 마라”고 말했다. 골프 같은 운동은 어떨까. 이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풀밭을 걸어 다니는, 재미있는 게임에 불과하다. 심장 건강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물어보자 권 교수는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권했다. 중등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때 심장 혈관이 튼튼해지고 수명도 늘어난다는 사실이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는 것. 특히 운동량이 적은 선진국에서 이런 운동의 효과가 높다. 일반적으로 마라톤은 고강도 운동으로 규정한다. 고강도 운동 또한 심장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중년 이후에는 관절을 다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중등도 운동으로는 권 교수가 하는 빨리 걷기와 언덕 오르기가 있다. 중등도의 강도를 유지하려면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40대 중반 이후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체로 20∼30분간 땀을 내며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옆 사람과 대화할 수는 있지만 노래는 숨이 차서 부를 수 없을 정도라야 한다. 이 정도면 대체로 자신의 운동능력의 60%를 넘어선다. 권 교수는 “이런 강도로 매일 운동하면 좋지만 너무 힘들다면 꼭 그럴 필요는 없다. 1주일에 3회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체중 감량을 하겠다며 운동량을 무조건 늘리는 것에도 반대했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해도 음식 섭취량을 줄이지 않으면 체중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 섭취량을 무조건 줄이는 것도 옳지 않다. 이 경우 체중 감량에 일시적으로 성공해도 요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것.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면 다이어트 효과가 커진다. 권 교수는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농담이 있는데 근육의 양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 근육량이 늘면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면서 체중 감량이 잘된다”고 말했다.

▼ 허리와 목 건강에 좋은 스트레칭 방법 ▼

스트레칭, 과도하면 관절 다치기 십상… 5∼10회씩 두 번만 반복하고 쉬어야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교수)은 스트레칭을 통해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를 관리한다. 권 교수는 “스트레칭의 효과가 좋지만 과도할 경우 관절이 다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치지 않는 수준까지만 운동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가 허리와 목 건강에 좋은 스트레칭에 대한 시범을 해보였다. 권 교수는 대체로 각 동작을 5∼10회씩 2세트 정도 할 것을 권했다.

[1] 두발 붙여 상체 숙이기

편안하게 앉은 자세에서 두 발바닥을 붙인다. 두 손으로 발을 잡은 후 천천히 상체를 숙인다. 발에 머리가 닿는 느낌으로 운동한다. 이를 응용한 동작도 있다. 처음 자세는 같지만 두 손을 양 무릎 밑에 놓고 상체를 더 굽히는 점이 다르다. 상체를 숙일 때는 가슴으로 미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하는 게 좋다.

[2] 상체 바닥에 대기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시작한다. 큰절을 하듯이 상체를 바닥으로 밀착시킨다. 이때 어깨는 최대한 펴고 가슴으로 지그시 바닥을 누르는 느낌으로 스트레칭한다. 팔은 축 늘어뜨리는 게 좋으며 힘을 주지 않는다. 호흡은 자연스럽게 하되 상체가 바닥에 닿을 무렵 숨을 내쉬는 게 좋다. 10∼15초 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3] 고양이 자세 만들기

두 팔로 바닥을 짚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이때 양팔과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려주고 등은 평평하게 해 준다. 이어 복부에 힘을 주면서 등과 허리를 위쪽으로 둥글게 만들어준다. 이 자세를 2, 3초 동안 유지한 후로는 방향을 바꿔 등과 허리를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이번에도 2, 3초 동안 유지한 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4] 엎드린 자세에서 한 발 뒤로 뻗기

스트레칭을 시작할 때의 자세는 고양이 자세와 같다. 양팔과 다리를 어깨 넓이만큼 벌리고, 한 발을 뒤로 뻗는다. 최대한 멀리 내차는 느낌으로 뻗는 게 좋다. 이 상태에서 발을 공중으로 더 올려도 무방하지만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까지만 발을 올리도록 한다. 양발을 번갈아가면서 스트레칭한다.

[5] 팔을 뒤로 하고 하늘 쳐다보기

지금까지의 네 동작은 주로 허리 건강을 위한 것이다. 이 스트레칭은 특히 목 디스크 예방 효과가 높다. 평소 어깨가 굽어 있거나 목을 앞으로 내밀고 컴퓨터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수시로 하는 게 좋다. 양팔을 공중에 올리거나 등 뒤로 돌려 깍지를 낀다. 이어 가슴을 내민 상태에서 목을 젖혀 하늘을 보면 된다. 이 상태를 5∼10초 유지한 뒤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목 디스크#매킨지 운동#스트레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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