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야근하며 야식, 여러 운동에도 살이 빠지지 않았는데…”[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6일 08시 18분


이윤규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윤규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63)는 40대에 들어 살을 빼는 방법을 찾다 지인의 권유로 달리기 시작해 마라톤마니아가 됐다.

“1995년쯤이다. 한국투자신탁에 다닐 때다. 매일 야근을 하며 야식을 먹고 집에 들어가 바로 잠을 자니 살이 쪘다. 술도 많이 안 마시는데…. 살을 빼기 위해 여러 운동을 시도하기도 했다. 시간이 없어 야간 등산도 했다. 그래도 빠지지 않았다.”

172cm에 83kg, 고도비만은 아니었지만 더 찌면 건강도 나빠지지만 활동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헬스클럽도 다녔고 테니스, 골프도 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가 닥친 뒤인 1998년 9월 홍보실장으로 발령받은 게 건강 되찾는 계기가 됐다.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왼쪽에서 두번째)가 방선희아카데미에서 방선희 감독(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방선희아카데미 제공.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왼쪽에서 두번째)가 방선희아카데미에서 방선희 감독(왼쪽)의 지도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방선희아카데미 제공.
“당시 한국일보 출입기자였던 김준형 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이 만날 때 마다 ‘어제 20km 달렸습니다’ ‘30km 달렸습니다’ ‘풀코스 완주했어요’라고 하면서 달리면 살이 빠진다고 했다. 난 솔직히 겁이 났다. 걷기도 힘든데 어떻게 달릴 수가 있나….”

하지만 이 대표는 ‘그래 한번 해보자’며 일단 몸무게를 빼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달리려면 살을 빼야 하기 때문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달리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무릎 등 관절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5, 6개월 꾸준히 걸었고 음식도 줄였다. 그러니 2~3kg이 빠졌다.

“참 운동이라는 게 신기하다. 처음엔 걷기도 힘들었는데 많이 걸으니 달릴 수 있었다. 천천히 달리다보니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2, 3년 혼자 달리다 2001년 10km 대회에 출전했다. 10km를 완주하니 하프도 달릴 수 있었고 결국 풀코스까지 완주하게 됐다.” 이 대표는 2003년 가을 춘천마라톤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했다. 달리면서 73kg이 됐고 이 체중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솔직히 하프까지는 완주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풀코스를 달리기 위해 참가신청을 한 뒤 잠이 오지 않았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을 가렸다.”

3시간35분. 첫 풀코스 도전으론 아주 좋은 기록이다. 이 때부터 매년 풀코스를 2회 완주하고 있다. 봄엔 서울국제마라톤, 가을엔 춘천마라톤.

“아침 일찍 출근해 회사 체육관에서 달리거나 날씨가 좋으면 여의도공원, 한강공원을 달렸다. 달리면서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몸이 건강해진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몸이 건강하니 일도 더 잘됐다.”

그런데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니 달리는 게 시들해졌다. 큰 목표를 이루고난 뒤의 허전함이랄까?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방선희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면서 자주 크로스컨트리나 트레일러닝을 한다. 이윤규 대표 제공.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는 방선희아카데미에서 훈련하면서 자주 크로스컨트리나 트레일러닝을 한다. 이윤규 대표 제공.
“목표를 달성하니 계속 운동하기 쉽지 않았다. 좀 나태해졌다. 그래서 또 다른 목표를 잡았다.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보스턴에 가려면 당시 내 나이로 3시간30분 이내에 들어와야 했다.”

200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개인 최고기록인 3시간17분을 기록했다. 그리고 2006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했다. 보스턴에 다녀와선 또 다른 목표를 잡았다. 100km 울트라마라톤 완주.

“매년 풀코스를 2회만 즐겁게 달리자는 원칙을 깼다. 100km를 완주하기 위해 매주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2007년 지금은 없어진 서울마라톤클럽 주최 한강 100km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했고 14시간에 완주했다.”

이 대표의 도전은 계속됐다.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한 상태에서 뭘 더할 수 있을까?

“봉사활동에 눈을 돌렸다. 페이스메이커에 도전했다. 당시 서울국제마라톤과 춘천마라톤에서는 페이스메이커를 공개모집했다. 그래서 자원했고 지금까지 페이스메이커만 10번 이상했다.”

페이스메이커를 시작한 이유도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서였다.

“페이스메이커에 자원을 했는데 완주 못하면 얼마나 창피하나? 솔직히 중간에 퍼지는 페이스메이커도 있다. 마라톤은 정직하다. 중간에 퍼지지 않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다.”

2013년엔 색다른 도전으로 자신을 옭아(?)맸다.

“운동을 많이 하는데도 컨디션이 좋지 않고 피곤함이 계속 이어졌다. 발목과 무릎 등 잔 부상도 많았다. 그래서 전문가를 찾았다. 국가대표 출신 방선희 감독이 운영하는 방선희아카데미를 찾아 상담한 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훈련하고 있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는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윤규 대표 제공.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질주하고 있는 이윤규 DGB자산운용 대표이사. 이윤규 대표 제공.
풀코스 20여 차례 완주에 10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한 ‘마라톤 고수’가 왜 방 감독(48)을 찾았을까? 방 감독은 선수생활을 마감 한 뒤 생활체육에서 올바르게 달리기법을 10년 넘게 전수하고 있던 ‘마라톤 전도사’다. 방선희아카데미는 마라톤클래스와 웰니스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1년 4학기(2개월 훈련하고 1개월 쉬는 식)로 운영한다.

방 감독은 바로 이 대표의 문제점을 잡아냈다. 방 감독은 “이 대표님은 평소 관리를 잘 해 기본 체력은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달림이들처럼 달리기만 해 몸이 불균형한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방 감독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지구력 훈련만 한다. 많이 달리면 심폐지구력과 자주 사용하는 하체 근육 등은 발달하지만 상대적으로 몸의 가동능력이 떨어진다. 가동능력은 유연성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근육과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다. 방 감독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스트레칭 체조나 관절 돌리기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시작한다. 장거리를 달리거나 심한 운동을 한 뒤에도 정리운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태가 반복 되면 몸에 불균형이 오게 되고 운동의 역효과가 나타난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피곤해지고 운동도 지지부진 해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방 감독으로부터 달리기의 자세교정은 물론 기본체력요소인 심폐지구력과 근력, 유연성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가장 중점을 둔 게 유연성. 다양한 스트레칭 체조와 기구를 활용한 체조 지도를 받았다. 운동 시작하기 전후 충분한 체조는 기본. 근력은 하체 복근 상체 등 코어를 키우면서 달리는 데 도움이 되는 잔근육도 키워줬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 피곤한 게 사라졌다. 잔 부상도 없어졌다. 지금도 풀코스를 3시간40분대에 즐겁게 완주한다”고 말했다.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17분인 그는 매일 10km를 달리며 연 2회 풀코스를 완주하고 있다.

이 대표는 마라톤을 시작한 뒤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 본적이 없다.

“운동하러 나갔는데 카트를 타는 게 영 개운치 않았다. 그래서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뛰어다닌다. 아무리 높은 산악지형이나 홀과 홀 거리가 멀어도 뛰어 다닌다.”

마라톤마니아들과 골프를 칠 땐 더 걸작이다. 부킹을 오후로 해 놓고 새벽에 만나 산을 한 두 개 탄 뒤 골프를 친단다.

“경기 포천 아도니스골프장에서 골프 칠 땐 왕방산과 국사봉을 오른 뒤 골프를 친다. 경기 광릉골프장을 갈 땐 주금산을 등반하고 골프를 친다. 마라톤 하는 사람들하고 칠 때만 가능한 일이다.”

골프장에서의 이윤규 대표이사. 이윤규 대표 제공.
골프장에서의 이윤규 대표이사. 이윤규 대표 제공.
이 대표는 6년 넘게 방선희아카데미에서 매주 2회 지도를 받으며 매일 하루 1시간30분 훈련한다. 유연성 훈련을 받은 뒤에는 운동 전후 30~40분을 스트레칭 체조에 투자한다. 달리는 시간은 50분에서 1시간. 이 대표의 다음 목표는 세계 6대 마라톤(보스턴 뉴욕 시카고 런던 베를린 도쿄) 완주다.

“회사를 운영하면서는 쉽지 않고 은퇴한 뒤 꿈이다. 보스턴과 뉴욕마라톤은 다녀왔으니 4개 더 뛰면 된다. 6대 마라톤 완주할 때 쯤 되면 또 다른 목표가 생길 것이다. 이렇게 즐겁게 건강하게 죽기 직전까지 달리는 게 최고의 목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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