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 집중해 천천히… 해야 할 말만 하라[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3시 00분


<82> 올바른 훈육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부모는 올바른 행동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는 그것을 교육의 기회로 삼아 스스로 교정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훈육이다. 훈육은 부모가 품성이나 도덕을 가르침으로써 아이의 바람직한 인격 형성을 돕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 올바른 사람 됨됨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부모의 훈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훈육은 아이의 생활 곳곳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 중요한 훈육이 종종 부모가 가진 불안으로 인해 ‘잔소리’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

학교 가기를 싫어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있었다. 엄마는 아이를 교실 복도까지 데려가서 엄청난 실랑이를 벌인 후 가까스로 들여보냈다. 학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 아이가 가고 싶지 않다고 해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이도 부모다. 이때 엄마는 “네가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뭔가 불편한 것은 엄마가 알겠어. 그래도 학교는 일단 가야 하지 않겠니? 힘들어도 노력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가 없는 게 불안하다면 복도에서 너를 기다리면서 계속 앉아있을게”라고 말해주면 된다. 아이가 선뜻 들어가지 않는다면 “시간을 좀 줄 테니 서두르지 않아도 돼”라면서 기다려줘도 좋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지 않고 “얼른 들어가라니까! 그러니까 엄마가 여기 왔잖아. 너 왜 그래? 옆집 사는 철수도 학교 가지, 네 동생도 유치원 가지. 너만 안 가면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려고 그래?”라고 하면 이것은 잔소리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핵심을 놓쳐 버린다. 아이는 부모가 지금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뭘 가르치려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 그것은 잔소리다.

아이를 훈육할 때는 가르치려는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딱 그 말만 해야 한다. 아빠가 갖고 나가지 말라고 한 게임기를 아이가 몰래 옷 속에 숨겨서 나가려다 들켰다고 하자. 그럴 때 이렇게 말하면 된다. “네가 게임 좋아하는 것 알아. 친구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해. 하지만 속이는 것은 안 돼. 게임기를 갖고 나가지 말라고 했던 것은 네가 오늘 게임을 너무 많이 했고, 가지고 나가면 잃어버리거나 고장이 날 수 있기 때문이야. 아빠와의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았다면 다시 의논을 했어야지. 이렇게 속이는 행동은 옳지 않아.” 이렇게 한 가지를 가르치더라도 자신이 할 말을 기승전결로 요약해 간략하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 좋은 훈계도 여러 번 하면 잔소리가 된다.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늘 불안한 것을 잘 안다.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것을 점검하느라 잔소리가 많아지는 것도 안다. 하지만 부모의 말이 훈육이 아니라 잔소리가 되면 아이에게는 소음이 된다.

훈육이 잔소리가 되지 않으려면 부모는 좀 참아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뭘 가르치려고 하는 건지’를 생각해서 딱 한 가지만 가르쳐야 한다. 자신이 걱정하는 것을 다 말하면 말도 많아지고 자꾸 반복된다. 한번에 한 가지만 말하고 나머지는 버려라. 예를 들어 숙제를 안 하려고 하면 “공부는 1등을 안 해도 되는데 숙제는 해야 되지 않겠니? 이것은 공부가 아니라 책임감이야. 그러니 꼭 해서 가져가야 돼”라고 말하고 숙제를 시키면 된다. 여기에 “너는 자세가 틀렸어. 봐라, 연필도 없네” 식으로 말할 필요 없다. 이런 말은 잔소리다.

자신이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 같다면 아이에게 할 말이 생겼을 때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라.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까?’를 생각한 후 정리해서 말하면 말투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따다다다’ 말이 나간다. 이렇게 되면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듯 감정이 점점 고조되면서 말을 하는 동안 목소리도 커지고 흥분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아이는 부모가 흥분해서 따다다다 말을 시작하면 ‘또 시작이네’ 하면서 귀를 닫아 버린다. 딴생각을 하면서 건성으로 “아, 네” 하고 대답만 하고 만다. 결국,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훈육#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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