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며 걷는 ‘신선 운동법’으로 마음의 건강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7일 03시 00분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9>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이 좋아질까요? 트레드밀 위에서 한 시간을 달리면 건강해질까요? 글쎄요.”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8)에게 건강법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땀을 뚝뚝 흘리며 열심히 운동하면 건강해진다는 것은 상식. 채 교수는 그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모독하려는 의도는 없단다. 다만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는 것.

채 교수는 건강의 정의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건강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벽한 웰빙 상태를 뜻한다. 단지 질병에 걸리지 않았거나 병약함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다. 채 교수는 “몸을 단련해도 정신적, 사회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면 건강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건강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뭘까.

○ “지겨운 운동, 참으면서 해야 할까”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몸과 주변 자극에 신경을 쓰며 걷기를 추천한다. 채 교수는 이런 걷기를 하면서 감각에 집중하면 건강 증진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몸과 주변 자극에 신경을 쓰며 걷기를 추천한다. 채 교수는 이런 걷기를 하면서 감각에 집중하면 건강 증진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래부터 채 교수가 운동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나름대로 운동에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다. 게다가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대충 넘어가는 성격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15년 전 수영을 시작한 적이 있다. 채 교수는 8년 동안 새벽 시간에 수영장에 갔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날을 빼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도 했다. 헬스클럽에 다닌 햇수만 20년. 돌이켜보면 이 가운데 12년 정도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다면 단 하루도 헬스클럽을 빠뜨리지 않았다. 출근하기 전에 반드시 1시간 정도는 운동을 했다. 운동 강도가 강한 것으로 유명한 스피닝 같은 종목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던 채 교수가 2012년 무렵 수영과 헬스를 뚝 끊었단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채 교수는 “일단 지겨웠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건강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운동을 한다. 채 교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의무감에 그 긴 시간 동안 수영장과 헬스클럽을 다녔지만 지겨움이 극에 달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바람에 정신 건강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일하고 집에서 잠시 눈만 붙인 뒤 새벽에 헬스클럽에 갔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묵혀둔 채 운동하는 게 과연 옳은가’ ‘이러다 뭔 일 생기는 것 아닐까’, 이런 위기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땀을 빼고 나면 개운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그 개운함을 느끼기 위해 고통스럽게 운동해야 하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갈수록 운동 시간이 줄었다. 나중에는 헬스클럽에 갔다가 샤워만 하고 나오는 횟수가 늘었다. 마침 친구 한 명이 달리기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발목 부상을 당했다.

망설임이 한동안 이어졌다. 지인들이 “운동의 묘미를 느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미 20년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 왔다. 헬스클럽에서 운동 강도를 높인다고 해서 더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 같았다. 채 교수가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을 포기한 이유다.

○ “명상하며 걷기, 감각이 살아난다”

대안이 필요했다. 채 교수는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역도 선수와 신선 중에 누가 더 건강할까를 생각해봤다. 답은 신선이었다. 그래서 신선의 운동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인위적인 근력 운동을 배제했다. 재미를 찾기 위해 야외로 나갔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자전거 타기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자전거로 25∼30분 거리. 채 교수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야외 운동이 실내 운동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하지만 자전거는 안전 문제를 비롯해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채 교수는 3년 전, 자전거 타기도 중단했다.

이후 채 교수는 걷기를 시작했다. 그 전에도 틈틈이 걷기는 했지만 이때 비로소 걷기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채 교수는 바쁜 일이 있거나 기상 상황이 아주 안 좋을 때를 빼면 병원까지 걸어서 출퇴근한다. 대략 40여 분 거리다. 건강을 위해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요즘에는 꽤 많다. 채 교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다른 점이 있다. 채 교수는 명상을 하며 걷는다.

채 교수는 일부러 주택가를 택해서 걷는다. 대로변에 미세먼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명상의 목적이 더 크다. 걸으면서 명상이 가능할까. 채 교수에게 방법을 물었다.

일단 채 교수는 걸으면서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로지 두 가지에 집중한다. 첫째, 자신의 몸이다. 왼발에 힘이 들어가는지, 몸이 기우뚱거리는지 등을 느끼며 걷는다. 채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혹사한다. 몸을 잘 느끼는 것은 정신 건강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표다”라고 말했다.

둘째, 주변 상황이다. 새로운 간판이 들어섰는지, 골목식당 메뉴가 바뀌었는지, 인테리어가 바뀌었는지 등을 살핀다. 이런 외부의 자극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그 미세한 변화를 잘 인식할수록 정신 건강은 좋아진다. 게다가 걸을 때의 지루함도 줄일 수 있다.

채 교수는 이런 식의 걷기를 ‘알아차림 걷기’라 불렀다. 자신의 몸과 주변 자극을 알아차리는, 일종의 명상이라고 했다. 이런 걷기가 건강에 특히 더 도움이 되는 걸까. 채 교수는 이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실험 집단을 크게 △숲속에서 명상하며 걷는 집단 △숲속에서 빨리 걷는 집단 △체육관에서 명상하며 걷는 집단 △체육관에서 빨리 걷는 집단으로 나눴다. 실험을 끝낸 후 혈액 검사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숲속에서 명상하며 걷는 집단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체육관에서 빨리 걷는 집단이 가장 고통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 “움직이는 명상으로 건강 증진”

현대 정신건강의학에서 명상을 도입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채 교수 또한 명상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환자 치료에 명상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2013년에는 명상의학연구회를 만들었고, 그때부터 쉬운 명상법을 연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명상 기법이 바로 ‘알아차림’이었다.

알아차림은 자신의 몸과 감각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알아차림이 왜 중요할까. 일단 자신의 자세에 집중하면 마음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앉을 때도 어깨가 굽을 때가 많다. 의욕이 없는 사람은 축 처진 자세가 나타난다. 마음 상태가 자세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내 몸에 집중하고 명상을 하면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깨달을 수 있고, 그 결과 문제점을 더 쉽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명상을 위해 정좌할 필요는 없다. 채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움직이는 명상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령 샤워할 때 오롯이 자신의 몸과, 몸에 닿는 물에만 집중하면 그것이 바로 알아차림 명상이라는 것이다. 샤워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채 교수는 “자신의 오감에 집중해야 한다. 모든 불안과 우울 등의 감정은 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에서 벗어나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명상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 ‘가부좌’보다 쉽다, 움직이며 명상하는 ‘바마움 프로그램’ ▼

팔 흔들고 돌리고… 생각이 비워진다

채정호 교수가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바마움(바른마음움직임)’ 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몸을 움직이며 하는 명상이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설명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채정호 교수가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바마움(바른마음움직임)’ 체조를 선보이고 있다. 몸을 움직이며 하는 명상이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채 교수의 설명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는다. 머릿속을 비우고 마음을 집중한다. 명상의 기본자세다. 그 다음에는 생각을 버리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이런 명상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자꾸 잡생각이 떠오른다.

좀 더 쉽게 명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이런 고민으로부터 시작해 전문가들과 함께 최근 만든 것이 ‘바마움(바른마음움직임)’ 프로그램이다. 채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이것은 ‘움직이는 명상’이다. 몸을 쓰면서 움직이다 보면 생각을 비우기가 훨씬 쉽고, 명상 효과도 커진다는 게 채 교수의 설명. 바마움 기본 동작을 배워 보자.

○ 바마움 기본 동작

편안하게 선 상태에서 양손으로 봉을 잡는다. 봉이 없으면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물건으로 대체해도 좋다. ‘알아차림’을 위해서는 반드시 무게가 있는 물건이어야 한다.

진자 운동을 하듯이 봉을 앞뒤로 흔든다. 이때 생각을 버리고 봉을 잡은 팔에 모든 감각을 집중시킨다. 그다음에는 봉을 들어올려 어깨 뒤쪽으로 휙 보낸다. 봉을 던지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어 팔을 다시 앞으로 끌어당긴다. 이때도 봉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게 좋다.

여기까지 왔으면 응용 동작으로 넘어간다. 춤을 추듯이 한 번은 왼쪽, 그 다음에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서 팔을 어깨 너머로 보내고 끌어당기는 동작을 반복한다.

앉아서 하는 동작도 있다. 도구는 필요 없다. 가슴 앞에 공이 있다고 상상하자. 가슴과 공 사이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떨어져 있다. 이제 그 공을 두 손으로 잡는다고 상상한다. 손바닥으로 공을 누르고 있다는 느낌이어야 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 공이 나의 몸통만큼 커진다고 상상하자. 자연스럽게 양팔 전체를 몸 바깥쪽으로 뻗는다. 숨을 내쉴 때는 공에서도 바람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자. 팔이 덩달아 몸 안쪽으로 들어온다. 이게 익숙해지면 좌우로 몸을 틀어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 어깨 관절 운동

채 교수는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온전하게 다 쓸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어깨 관절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해줘야 한다. 최대한으로 어깨 관절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편하게 선 자세에서 양팔을 늘어뜨린다. 이어 양팔을 앞쪽으로 모으듯이 감싸 올린 뒤 머리 위로 뻗는다. 어깨를 크게 회전시키면서 팔을 한 바퀴 돌린다.

다시 편하게 서서 두 번째 동작으로 넘어간다.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 머리 위에서 손등이 맞닿게 한 뒤 양팔을 어깨 뒤쪽으로 돌리면서 큰 원을 그린다. 처음 자세로 돌아간 후에는 역순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수시로 이 스트레칭을 해 주되 최소한 5회 이상 하는 게 좋다.

이게 익숙해지면 응용 동작도 할 수 있다.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손등이 맞닿게 한 뒤 내릴 때 팔을 비틀어 한 번 비틀면서 꼰다. 이 동작도 5회 정도 해 주는 게 좋다.
#채정호#신선 운동법#명상#바른마음움직임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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