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31)가 배우 이완(35·본명 김형수)과 결혼을 했다. 이보미는 28일 서울의 한 성당에서 배우 김태희의 동생인 이완과 결혼식을 올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결혼을 앞두고 혼수 장만, 신혼집 인테리어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이보미는 이달 초 잊지 못할 이벤트를 가졌다. 동갑내기 골프스타인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이정은5, 김하늘 등과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후배 유소연은 총무 자격으로 참가했다. 결혼 전 신부 친구들의 파티를 뜻하는 ‘브라이덜 샤워’였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들은 옛 추억과 장래 설계 등을 화제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밤 깊어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이보미 박인비 신지애 등 1988년생 ‘용띠 클럽’ 회원들은 한국 여자골프 역사를 여러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을 황금 세대라는 평가다.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자. 2005년 경기 용인 태영CC에서 열린 한국여자오픈. 국내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메이저 대회에서 앳된 얼굴의 10대 소녀 3명이 베스트 아마추어 1,2,3위에 올라 시상식에 나섰다. 1위는 박인비였고, 2위가 이보미, 3위가 김하늘이었다. 당시 17세 고교생.
그랬던 삼총사가 14년 뒤 결혼하는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중학교 때 미국 유학을 떠난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신호탄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거둔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이보미는 국내 투어를 평정한 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두며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을 석권했다.
김하늘 역시 국내 무대에서 상금, 대상, 대상을 싹쓸이하며 최강자로 이름을 날린 뒤 JLPGA투어에서 활동했다.
신지애, 최나연 등도 한국과 미국 투어에서 정상급 기량을 펼친 경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1988년생 한국 여자골퍼들은 ‘세리 키즈’로 불린다.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 끝에 우승하는 장면을 본 뒤 영향을 받아 골프에 매달린 세대다. 10세 전후로 골프에 입문해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20년 넘게 공을 친 셈이다.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상황과 부딪쳐야 했다.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대표팀이나 상비군에 뽑히려면 동기들을 제쳐야 했다. 김하늘은 과거 인터뷰에서 “나이별로 대표 인원이 정해져 있었다. 다른 기수는 대표 선발 포인트를 50점만 따도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난 150점을 따도 못 달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뛰어난 동기가 많았다는 뜻이다. 한 용띠 선수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때 8명 정도였던 대회 출전선수가 갑자기 50명을 늘었다. 박세리 프로가 우승한 뒤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선두주자는 최나연이었다. 최나연은 성호중학교에 다니던 2003년 15세로 동기 중에 처음 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최나연은 동기생 신지애, 김송희, 김인경, 이일희 등과 대표 상비군에 이름을 올렸다. 2010년 국내 투어 상금왕 출신인 이보미는 동기들이 일찌감치 프로에 뛰어든 2006년 고교 졸업반으로 상비군에 뽑혔다.
박인비는 미국 유학 시절 현지 주요 주니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김인경은 아마추어 시절인 2005년 US걸스 주니어챔피언십 결승에서 2002년 우승자였던 박인비를 꺾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신지애, 김송희, 오지영은 한국 골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선배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일찌감치 해외 전지훈련이나 외국 대회 출전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키웠다.
빛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시련도 많았다. 박인비, 김인경은 장기 슬럼프에 허덕이다 재기에 성공했다. 이보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운동에만 집중하다보니 크고 작은 부상에도 자주 시달렸다. 일찌감치 은퇴 후 다른 길을 걷는 경우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용띠 선수들은 동병상련의 처지가 돼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게 됐다. 비시즌 때는 식사도 같이 하고 자신의 집으로 친구들을 초청해 시간을 갖기도 한다. 연말에는 봉사활동에도 힘을 합친다.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인지 이들은 후배들을 만날 때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행복한 골퍼가 돼라”는 것이다. 또 골프 외적인 취미 활동이나 여가 생활을 강조한다.
기혼자인 박인비는 각별한 가족 사랑으로 유명하다. 김인경은 피아노, 기타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 불교에 몰입하기도 했다. 신지애 역시 독서나 여행 등을 롱런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보미는 결혼 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다. 결혼한 뒤 최고 전성기를 누린 박인비가 이보미에게는 훌륭한 멘토다. 대회 때 마다 순위를 놓고 다퉜던 이들이 요즘은 말못할 고민까지 털어놓으며 조언을 주고받는 등 도우미를 자처하게 됐다.
길게는 2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용띠 클럽 멤버들은 10년 후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각자 처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베프(절친)’를 향한 따뜻한 마음과 우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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