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동은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건강관리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운동은 의학(Exercise is Medical)’이라고 선언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다. 코로나19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잘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 면역력을 키운다면 코로나19는 물론 또 다른 전염병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노력도 중요하다. 100세 시대를 건강하게 살려면 갑자기 발생하는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면역력도 평상시 키워야 한다. 그 중심에 운동이 있다. 운동이 왜 면역력을 키워주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본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상승한다.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5도 안팎. 38도를 넘으면 항상성이 깨져 우리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운동도 스트레스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을 발생한다. 또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이 생성돼 체내 pH 농도를 떨어뜨린다. 산성화 되는 것이다.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 시킨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 발현은 1960년대 처음 발견돼 항암 치료 등에서 계속 연구되고 있다. HSP는 열 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저산소증, 감염, 염증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발현한다.
다음은 조준용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스포츠영양학·운동생화학)의 설명이다.
“우리 체내 단백질은 1, 2, 3, 4차 구조로 형성돼 있다. 운동과 관련된 단백질은 3차 구조다. 다양한 이유로 단백질은 접혀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체온이 올라가고 pH가 떨어져 체내가 산성화되면 단백질 3차 구조가 공격당해 결합력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구조가 끊어져 생리적 기능이 깨지게 된다. HSP가 이렇게 구조가 깨진 단백질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HSP를 분자 샤페론(Molecular Chaperon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샤페론(Chaperone)은 과거 사교 행사 때 젊은 미혼 여성을 보살펴 주던 나이든 여인을 일컫는다. 생리학에선 다른 단백질의 접힘(Folding)과 펴짐(Unfolding), 혹은 여러 단백질이 결합된 거대 단백질의 합체 및 해체를 돕는 단백질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다른 단백질을 돕는 단백질이다. 조준용 교수는 “체내 단백질은 섭씨 40도만 돼도 변성이 생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할 경우 근육의 온도가 42도까지 올라간다. 그래도 우리 몸이 버티는 이유는 HSP가 단백질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조준용 교수는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도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면 저항력이 증가한다. 체내 단백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열과 pH다. 운동으로 체온을 올리고 체내 pH를 떨어뜨리면 바로 HSP가 합성돼 항성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운동이 HSP을 발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럼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HSP가 발현할까? 다양한 연구 결과 보통 체온이 섭씨 38. 5도 쯤에서 HSP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준용 교수는 “동물 실험으로 보면 지근(遲筋)보다 속근(速筋)을 많이 활용할 때 HSP 발현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속근을 많이 활용한다는 것은 천천히 오래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운동을 하게 되면 근육과 피부에서 75%, 장기에서 22% 등의 열이 발생한다. 여기서 심부온도(심장 방광 등 체내 깊숙한 장기의 온도)가 중요한데 VO2 Max(최대산소섭쉬량)의 50%로 운동할 경우 섭씨 37.3도, 75%로 할 경우 38.5도까지 올라간다. 이는 운동을 힘들다는 정도로 해야 HSP가 잘 발현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량이 100이라면 70~84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그는 “근육에서 많은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근육을 키워서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게 HSP 발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조준용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에서 HSP의 발현이 가장 높지만 적당한 운동에도 발현하며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세포내 소포체기능이 향상되고 HSP 단백질 기능도 향상 된다. 꾸준한 운동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지구성운동(유산소운동)과 저항성운동(웨이트트레이닝) 모두에서 HSP가 발현한다. 특히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HSP가 더 잘 발현된다.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과 관련해 2017년 영국에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의 스티브 퍼크너(Steve Faulkner) 교수가 1시간 동안 섭씨 40도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만으로도 약 140Cal을 소모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30분 걸어야 소모되는 열량이다.
실험 참가자 14명이 1시간 동안 목욕만 하거나 목욕하면서 사이클링 동작을 했다. 사이클링까지 한 그룹은 칼로리 소모가 630Cal로 나타났다. 칼로리를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체내에서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더운 날씨에 운동하면 HSP가 더 잘 발현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목욕만 한 그룹. 퍼크너 교수는 목욕 같은 수동적 체온상승(passive heating·이하 반신욕으로 통일) 때도 운동과 똑같은 효과가 있는 것을 이 연구로 증명했다.
반신욕에서도 HSP이 발현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 반신욕은 혈액순환 개선, 우울증 감소, 근육 이완, 숙면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때 대부분 목욕탕엔 ‘10분 반신욕, 만병통치약’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반신욕이 운동효과는 물론 면역력까지 높여주기 때문이다. 송준섭 전 한국축구국가대표팀 주치의(강남제이에스병원장)는 “운동하면 건강해지는 이유가 몸속에서 엔돌핀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오고 HSP가 합성돼 면역기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동적이지만 운동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반신욕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신욕은 각종 관절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라고 했다. 포크너 교수도 “운동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반신욕은 신체활동이 어려워 운동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건강 유지법”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