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TNT타임]‘탱크’ 최경주와 군대, 그리고 해병대 가는 아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0일 13시 25분


단기사병으로 완도에서 군 생활
군 관련 행사 참여에도 적극
장남은 18일 해병대 입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해 탱크 앞에서 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경주. 동아일보 DB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해 탱크 앞에서 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경주. 동아일보 DB


한국 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50)는 군 생활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다.

고향이 전남 완도인 그는 1990~1992년 육군 31사단 단기사병(방위)으로 해안 초소에서 근무를 했다. 경계병과 취사병 등으로 복무한 그는 “퇴근 후 골프 연습도 하고, 레슨도 하면서 돈도 벌었다. 고참 지시로 골프 스윙하듯 소총으로 솔방울을 치다 간부에게 걸려 영창 갈 뻔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조직 문화와 시간 활용의 중요성 등을 터득하며 군대에서 철들었다는 게 그의 얘기.

‘탱크’라는 별명도 맘에 들어 한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앞으로만 전진 하는 자신의 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방위사령부 탱크 부대를 방문해 진짜 탱크에 탑승한 적도 있다. 당시 탱크에 올라탄 소감에 대해 “탱크를 타보니 묵직한 무게감이 지면에 착 달라붙어 가는 느낌이 좋다. 탱크의 강한 추진력이 내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부대에서 받은 기념품도 탱크였다.

태극기가 그려진 최경주 캐디백. 동아일보 DB
태극기가 그려진 최경주 캐디백. 동아일보 DB


육군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모자나 신발, 캐디백 등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기도 했다. 낯선 이역만리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의미와 함께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줬다고 한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어 내년으로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한국 남자골프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후배들에게도 군대부터 빨리 다녀와서 운동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 배상문이 입대 시기를 놓고 논란이 될 때 최경주는 “버릴 수 있는 것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버티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남자 골프 선수에게 병역은 그 또래 다른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중요한 문제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면제를 받은 김경태, 강성훈 등의 케이스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한국 골프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임성재, 김시우 등도 언젠가 입대를 해야 한다. 이런 선수들에게도 최경주의 조언도 과거와 똑같을 것 같다.

미국PGA투어 대회를 마친 뒤 아내, 2남 1녀와 기념사진을 찍은 최경주. 최경주는 평소 남다른 가족사랑으로 유명하다. 최경주 SNS
미국PGA투어 대회를 마친 뒤 아내, 2남 1녀와 기념사진을 찍은 최경주. 최경주는 평소 남다른 가족사랑으로 유명하다. 최경주 SNS


최경주는 18일 경북 포항에 있는 해병대 신병훈련소 격인 교육훈련단을 찾는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살고 있던 큰 아들 호준 군(23)이 해병대에 입대하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학에 입학한 호준 군이 해병대 입대 의사를 밝히자 최경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앞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환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남 1녀를 둔 최경주는 가족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호준 군이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할 때는 아들에게 아빠가 필요한 시기라며 투어 생활을 한동안 중단한 채 가정에만 매달리기도 했다. 골프를 하는 아들을 위해 캐디를 나서기도 했다.

2003년 마스터스 파3 챌린지에 함께 출전한 최경주와 아들 호준 군. 동아일보 DB
2003년 마스터스 파3 챌린지에 함께 출전한 최경주와 아들 호준 군. 동아일보 DB


아들의 입대 날짜에 맞춰 지난달 귀국한 최경주는 며칠 전 2주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가격리조치를 마쳤다. 올여름 챔피언스 투어 데뷔를 앞둔 최경주는 “입소식을 본 뒤 다음날 출국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