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가장 안전한 운동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6일 14시 00분


치과의사 윤미진 씨는 아침 일찍 운동을 하면 하루가 더 활기차고 즐겁다고 한다. 윤미진 씨 제공.
치과의사 윤미진 씨는 아침 일찍 운동을 하면 하루가 더 활기차고 즐겁다고 한다. 윤미진 씨 제공.
치과의사 윤미진 씨(47·화정서울치과 교정과)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이다. 2010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운동은 새벽에 하고 있다. 지난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입문하면서도 달리기와 사이클 타기는 새벽에 하고 있다. 새벽에 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가 더 즐겁고 활기차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스포츠인 달리기와 자전거, 등산 등은 야외에서도 즐겨도 안전하다는 평가지만 전염병을 막아야하는 정부차원에서는 그 마저도 조심하라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새벽형 운동’을 하면 더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새벽엔 운동하는 사람이 적고 번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미진 씨(앞)는 지난해 5월부터 철인3종을 하기 위해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새벽 달리거나 사이클을 타며 하루를 활기차게 열고 있다. 윤미진 씨 제공.
윤미진 씨(앞)는 지난해 5월부터 철인3종을 하기 위해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매일 새벽 달리거나 사이클을 타며 하루를 활기차게 열고 있다. 윤미진 씨 제공.

윤 씨는 매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 자전거공방에서 회원들과 달리며 사이클을 탄다. 그는 “달리기와 사이클을 함께 타며 서로 도움을 주는 클래스 개념이라 몇 명이 모여서 운동한다. 달리는 것도 사이클 타는 것도 얼굴을 맞댈 기회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 새벽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게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운동은 새벽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의 운동 시작 시간은 새벽 5시 40분이나 6시.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엔 새벽 5시40분부터 사이클을 40~54km를 탄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새벽 6시부터 12km를 달린다. 주말엔 20km를 달리거나 사이클을 80~120km를 탄다. ‘동마(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등 주요 마라톤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요즘은 주로 사이클을 타고 있다. 평소 이렇게 새벽에 운동을 즐겼기 때문에 코로나 19 시대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운동하고 있다. 윤 씨는 물론 함께 운동하는 사람 모두 코로나 19는 모르고 살고 있다.

윤 씨는 2010년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가 개발한 ‘나이키 플러스 앱’에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기록하는 재미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지털기기에 기록하는 재미가 그를 달리게 한 셈이다.
치과의사 윤미진 씨는 2010년부터 달리기에 입문해 새벽에 운동하고 있다. 지난해 JTBC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윤미진 씨 제공.
치과의사 윤미진 씨는 2010년부터 달리기에 입문해 새벽에 운동하고 있다. 지난해 JTBC마라톤에서 달리고 있는 모습. 윤미진 씨 제공.

“달리면서 체력이 좋아지니 삶에 활기가 생겼다. 운동하기 전엔 일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꼼짝도 못한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해도 거뜬하다. 친구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게 군살 하나 없는 내 몸매다. 운동하면서 몸매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2018년 10월 ‘춘마(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데뷔했다. 달리는 것을 좋아는 했지만 풀코스를 달릴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풀코스 완주는 자신감을 올려줬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니 체력에 자신이 생겨 철인3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해 ‘동마’를 달린 뒤 철인3종을 시작한 배경이다. 지난해 5월부터 사이클을 타기 시작했고 7월부터 수영에도 입문했다. 마라톤 풀코스는 3회 완주했는데 최고기록은 지난해 ‘동마’ 때 세운 4시간 28분. 수영은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1시간 씩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0월 사이클 스프린트 대회에 참가한 뒤 10월말에 통영트라이애슬론월드컵 올림픽코스에 출전했는데 사이클에서 컷오프 당했다. 사이클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했는데 오르막 내리막이 많아 고생하다 중간에 컷오픈 당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윤 씨는 “반드시 운동을 해야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고 수명도 길어진다.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가 코로나19 시대라고 움직이지 말 것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다. 홈 트레이닝도 좋지만 달리기와 사이클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은 해도 좋다고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윤 씨처럼 ‘새벽형 운동’의 장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운동의 효과로 본다면 아침 낮 저녁 등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새벽에 운동을 하면 하루의 업무 생산성 높인다. 유산소운동으로 뇌 활동을 촉진하고 일정량의 운동을 마치면 자신감까지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 CEO들도 ‘새벽형 운동’을 선호한다. 운동을 하면 업무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운동하면 신체 활력이 증가하고 긍정적인 정서가 생긴다. 또 집중력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꾸준하게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새벽이 좋다고 권한다. 김 교수는 “새벽에는 약속이나 회의가 잡히지 않으니 운동을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다. 운동은 중도에 포기하는 확률이 6개월에 50%가 넘는데 새벽 운동은 방해요인(술 약속 등)이 적어 지속적인 실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새벽엔 시설 장소에 여유가 많다. 산, 공원은 물론 피트니스센터에도 새벽엔 붐비지 않는다. 조금 서두르면 사람들 접촉을 피하고 여유 있게 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 실장(운동생리학)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며 “운동은 일관되게 할 수 있는 시간대가 중요하다. 운동하기 좋은 시간은 개인의 선호도,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다르지만 아침운동은 많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송 실장이 밝힌 아침운동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집중력에 좋다. 2. 더운 시간을 피할 수 있다(여름). 3. 건강한 음식 선택하게 한다(식욕조절). 2018년 국제비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680명의 대학생에게 매일 30분씩 유산소 운동을 15주 실시한 결과 육류와 튀긴 음식을 덜 먹는 효과가 나타났다. 아침 일찍 운동하면 하루 종일 건강한 음식을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4. 스트레스를 떨친다. 5. 활력을 준다. 6. 체중이 감량된다. 7. 혈당조절, 혈압관리에 도움이 된다. 8.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
5월 14일 새벽 7시 창의문안내소에서 출발해 찍은 북악산탐방로 모습. 평일 낮이나 주말 낮엔 사람들이 즐비하지만 새벽엔 단 한명도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5월 14일 새벽 7시 창의문안내소에서 출발해 찍은 북악산탐방로 모습. 평일 낮이나 주말 낮엔 사람들이 즐비하지만 새벽엔 단 한명도 없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필자는 코로나 19 시대에 가장 안전한 운동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5월 14일 새벽 북악산탐방로를 올라봤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창의문안내소에서 오전 7시(이곳은 봄과 가을엔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만 개방한다. 3개의 안내소에서 허용하는 마지막 등반 시간은 오후 4시)에 출입증을 받아서 북악마루를 거쳐 숙정문 안내소까지 40여분 가는데 단 한 명의 사람도 지나가지 않았다. 북악마루와 숙정문을 지키는 ‘경찰(?)’ 2명만 봤을 뿐이다. 숙정문안내소에서 북악팔각정까지 오를 때는 내려오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을 1명씩만 봤다. 반면 저녁에는 공원이나 야외스포츠 시설엔 사람이 붐빈다. 저녁 9시에서 10시 홍제천을 달리면 걷고 달리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저녁에 즐기려 나오는 현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야외에서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 비대면 운동을 할 때 코로나 19에 감염될 확률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운동하면서 침을 일부러 다른 사람 얼굴에 뱉지 않는 한 감염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동을 함께 한 뒤 회식 상황에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래도 더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이 적어 전염 가능성도 낮고 업무 효율성도 높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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