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사람들이 자신을 너무 쉽게 무시한다고 했다. 며칠 전 편의점에 갔단다. 물건을 몇 가지 골라 계산하려고 계산대 앞에 섰는데, 어떤 남자가 갑자기 끼어들어 점원에게 물건을 주면서 “이거 계산해주세요” 했다는 것이다. 점원은 그 남자 물건을 받더니 바코드를 찍었다. 이 청년은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내가 먼저 왔는데? 아이씨! 이 점원, 나 무시해? 저 남자는 또 뭐야? 내가 계산대 앞에 서 있는 거 안 보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일도 있다. 어찌 보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는 이런 일로 우리는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사람의 해결되지 않은 핵심 갈등은 크고 중요한 일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건드려진다. 이것이 건드려지면 이전의 경험으로 인한 반응이 순식간에 나온다. 해결되지 않는 핵심 갈등은 부모와 관련된 것이 많다. 이 청년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비난, 조롱, 무시 등 부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을 보는 창이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내내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아이는 세상을 보는 잘못된 창을 갖게 된다. 그 창으로 내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사회성,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존감, 이런 것들에 문제가 생기고 만다.
이런 생각의 패턴을 고치려면, 잠깐 멈춰야 한다. ‘잠깐, 이 점원이 나랑 일면식이 있나? 없지. 이 점원이 일부러 날 무시할 이유가 있나? 없지. 이건 나의 너무 과한 생각이야. 그만!’ 이런 식의 사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해야 잘못된 자아상으로 인해 생긴 습관, 행동을 조금씩 바꿔 갈 수 있다. 어릴 때는 어쩔 수 없이 부모로 인해 잘못된 관점들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제는 ‘내’가 주도해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나’의 감정을 재부팅시키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아주 잠깐만 멈춰 보면 된다. ‘이 점원이 나를 무시하나? 이게 맞는 생각이야? 이 점원이 날 언제 본 적이 있다고. 내가 이 부분에서는 언제나 과하구나.’ 멈춰서 생각하면 순간 평정심이 다시 찾아온다. 세상을 보는 새 창을 만들려면 이런 경험을 쌓고 또 쌓아야 한다.
잠깐 멈추고 생각하는 것은 자주 하면 할수록 좋다. 의식이 깨어 있는 한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든 마주하게 된다. 이럴 때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본다. 노력하는 와중에도 쉽게 옛날 패턴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황, 이런 감정으로 괴롭지 않으려면, 인생 흐름의 근간은 이렇게 가야 한다.
살아가면서 기분이 나빠지거나 우울해지거나 괴로워지거나 마음이 좋지 않을 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라고 물어야 한다. ‘음, 기분이 좀 안 좋은데, 무시당한 느낌이 들어. 근데 저 사람이 나한테 그럴 이유가 없는 걸’이란 식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그 생각에 따라서 행동이 바뀐다. 이전에는 그런 상황 때문에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지만, 이번에는 그 자리에서 가볍게 “제가 먼저 왔는데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상대방의 반응도 바뀐다. 상대가 “어? 그러세요? 죄송해요”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일단 하던 거니까, 먼저 하세요”라고 해줄 수도 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이전 생각의 패턴을 다시 점검해서 새롭게 만들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자긍심도 선물할 수 있다. 이전처럼 생각하지 않는 자신이 좀 대견하고, 이런 문제 상황을 잘 처리한 자신이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 몇 번만으로 새로운 창이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마음은 훨씬 나아진다. 심한 좌절에 넘어갈 때도 잠깐 멈춰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잠깐, 이게 내가 이렇게까지 슬퍼할 일인가?’
이 과정은 주도적이면서 창조적, 창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다. 우리는 주도적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려서 주도적으로 할 능력도 없었고, 주도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줄 알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멈추긴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창조적으로,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오랫동안 ‘아,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건데’ 하고 생각만 해온 것이 있을 것이다. 괴로워하면서도 고민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제 내 방식으로 한번 펼쳐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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