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집콕’ 근력저축운동을 아시나요?[양종구의 100세 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03시 00분


김설향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왼쪽)가 남편인 백명기 명동백명기의원 원장과 밴드를 팔로 잡아당기며 스쾃을 하고 있다. 이 부부는 매일 2시간씩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설향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왼쪽)가 남편인 백명기 명동백명기의원 원장과 밴드를 팔로 잡아당기며 스쾃을 하고 있다. 이 부부는 매일 2시간씩 함께 운동하며 건강한 노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노인체육 전문가 김설향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6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으로 고령층이 피해를 볼 것을 우려했다. 고령화에 따른 체력 감퇴에다 활동 제한으로 움직이지 못해 건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싸우려면 체력을 바탕으로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데 집에서만 지내다 보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더 약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때일수록 어르신들에게 몸을 움직일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일찌감치 노인체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2009년 서울시립대에 ‘도시노인건강연구소’도 만들었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연구소는 도시 노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여 ‘노인도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게 목적이다. 그해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에서 ‘9988체조’도 만들었다. 1년 뒤에는 ‘허약한 노인’을 위한 ‘허약체조’도 선보였다. 허약한 노인이란 특정한 질병이 없다고 해도 부정적인 사고나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분들이다. 한마디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허약한 어르신이다.

노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신체 능력은 떨어진다.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감소돼 운동 능력이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등이 굽고 자세가 나빠져 거동하기도 불편해진다. 정서적으로도 우울하고 불안해 화를 잘 낸다. 기억력도 감퇴한다. 이런 노화 증상 자체를 없앨 순 없다. 하지만 운동으로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김 교수는 2015년부터 보급하고 있는 ‘근력저축운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근력저축운동은 매일 기본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저축하듯 근육이 차곡차곡 쌓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교수는 “일본 노인체육 전문가가 만든 것으로 함께 검증하며 국내에도 보급했다”며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할 수 있으니 코로나19 시대를 이기는 방법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력저축운동은 6가지 기본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허리를 곧게 세우는 동작으로 척추를 강화해 허리 디스크를 예방해주는 ‘기둥 세우기’ △종아리 근육이 강화되며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는 ‘까치발 들기’ △의자 혹은 땅에 앉아 다리 들기, 복근과 허벅지 근육을 강화해주는 ‘반올림 다리 들기’ △다리를 쭉 펴고 발끝을 밀고 당기는 동작으로, 무릎 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가지 뻗기’ △주먹 쥔 손을 가슴 높이에서 마주 댄 뒤 팔꿈치를 최대한 뒤로 밀었다가 제자리로 오는 동작으로, 등 근육 강화에 도움을 주는 ‘담장 넘기기’ △앉아서 한쪽 팔을 들어 반대쪽으로 넘기는 동작으로, 옆구리 근육 복근 강화 효과가 있는 ‘반달 기울기’ 등이다. 김 교수는 “모두 간단한 동작이지만 30% 이상 근력량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검증받았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25개 자치구마다 한 팀씩 선정해 근육저축통장을 만들고 운동하게 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근육저축운동 6가지 동작을 매일 수행해 통장 한 페이지를 다 채우면 운동밴드나 아령 등을 포상으로 주는 이벤트였다. 김 교수는 “10주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특히 서울 중구 보훈회관은 계속 해달라고 해서 지난해까지 진행했다. 김 교수는 “올해는 코로나19로 못 하고 있지만 한 상이용사가 지팡이를 짚고 왔다가 지속적으로 운동에 참여해 지팡이를 버리고 혼자 걷게 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도 매일 2시간씩 남편 백명기 명동백명기의원 원장(67)과 운동을 한다. 일과를 마친 오후 9시 아파트 피트니스센터에서 달리기와 좌식 사이클 등 유산소 운동, 그리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인 요즘은 피트니스센터가 폐쇄돼 집에서 근력저축운동을 하거나 서울 남산을 걷는 것으로 대신한다.

김 교수는 “이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특히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장기간 함께 가야 할 전염병이고,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여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 국제적으로 운동과 코로나19에 대한 상관관계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운동=면역력 강화이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질병에 취약한 고령층에 어떻게 운동을 보급할지 고민할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근력저축운동#집콕 운동#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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