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앞에서 정말 욱하지 않고 싶은데, 자꾸만 감정이 격해져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고백하는 부모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욱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다양한 감정이 응축된 것으로 보통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이 감정들이 가득 충전되어 있다가 도화선이 되는 일이 발생하면 터져 나온다.
도화선이 되는 일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아이가 계속 꽥꽥 소리를 지르면, 그것이 도화선이 돼서 “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어떤 사람은 아이가 우는 소리에 굉장히 예민하다. 아이가 조금만 길게 울어도 욱하고 만다. 배가 고픈 상황을 못 참는 사람도 있다. 허기진 상황에서 아이가 뭔가 계속 요구하면 평소 배가 부를 때는 잘 들어주던 것에도 욱하게 된다. 너무 피곤할 때, 너무 졸릴 때, 기분이 나쁠 때, 뭔가 걱정이 많을 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이의 요구를 잘 다뤄주던 사람도 욱할 때가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나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 생긴다고는 하지만 그 원인과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마다 다 다르다. 따라서 감정을 제어하려면 그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봐야 한다. 내가 일상의 어떤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감정이 폭발하는지 적어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육아 중 어떤 일이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지 파악한 다음 나의 삶과 연결시켜 본다. 그래서 그 상황이 되도록 일어나지 않게 미리 조치한다.
예를 들어 주로 허기졌을 때 아이한테 욱하게 된다면 주변에 빵이나 과자를 놓아둔다. 육아 초기에는 제대로 밥을 차려 먹을 여유조차 없을 때가 많다. 과자 같은 것을 몇 개 집어먹어서 허기진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 주로 화가 난다면 직접 가르치는 일은 되도록 피한다. 가능하다면 배우자나 다른 가족에게 부탁하거나 학원에 보내는 편이 낫다.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다양한 이유가 서로 엮여서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가 공격적인 행동을 해서 내가 평정심을 잃을 때도 마찬가지다. 잠깐 화가 났다가 금세 평정심을 찾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한동안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아이만큼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일단 나의 그 행동부터 고쳐야 한다.
이런 감정의 격한 분출은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내 안 깊은 곳에 원인이 있다. 그래서 이를 근본적으로 고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선 한 번이라도 화를 덜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때 가장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은, 화내고 욱하는 것으로 아이의 태도나 감정을 조절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배운다. 공격적으로 아이를 통제하면, 아이는 그런 부모를 따라 참지 못하고 공격적인 사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뭔가 걱정이 있거나 시간이 촉박해질 때 특히 욱하는 것 같다면 어떤 걱정이 있는 날은 하루 종일 수시로 ‘내가 지금 그 걱정 때문에 초조한 상태야. 침착해야지’ 하고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 나의 약점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뿐 아니라 밖에서 타인을 대할 때도 욱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언제 욱하는지 적어본다. ‘나는 비교적 잘 참는 사람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잘 안되더라’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우기는 꼴을 못 볼 수 있다. 새치기하는 것을 유독 못 참는 사람도 있다. 그냥 “어머,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참지 못하는 것은 내 안에 해결하지 않은 숙제가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유독 욱하는 상황 등을 적어 보았다면, 이제는 그 상황에서 내가 보이는 공통된 반응들, 같은 패턴의 반응들을 써보자. 이런 것들을 일상에서 습관화화면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자체만으로도 격한 감정이 많이 줄어든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반응에 대한 일정한 패턴이 있거나 늘 어떤 상황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어떤 것’이다.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자신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문제의 원인이 보이고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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