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에벨CC 무료식사 제공 눈길
티오프 전 식사 챙겨야 체력 유지
수분은 미리미리 섭취해야 효과적
과도한 카페인은 퍼팅감 방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 잘 먹어야 굿샷이 나온다.
14일부터 17일까지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2022시즌 개막전인 이번 대회 개막에 앞서 코리안투어 홈페이지에는 식사 제공을 알리는 공지사항이 떴다. 대회 장소인 라비에벨CC에서 공식연습일과 1~4라운드 동안 144명 선수와 그 캐디에게 하루 한 끼 식사를 대접한다는 내용이다. 대회 주최 측의 식사 제공은 흔히 있지만 골프장에서 이런 경우는 거의 처음 같다는 게 골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선수가 주인공…나눔 실천”
사연은 이렇다. 대회 기간 선수, 캐디 식사 제공이 안 된다는 소식을 접한 라이에벨CC 이정윤 대표(63)가 흔쾌히 식당 문을 활짝 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주인공인 선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공하게 됐다. 모기업인 코오롱그룹이 강조하는 나눔의 철학을 실천했다. 프로들끼리의 식사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라운드가 열린 15일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의 라비에벨CC 클럽하우스에 위치한 대식당에서는 첫 조 티오프 1시간 30분전인 오전 5시 30분부터 선수와 캐디들의 주문을 받았다. 메뉴는 우거지 해장국, 마늘안심 볶음밥, 한우 안심과 오므라이스, 서양 조식 등 4가지다. 대회 기간 식사 제공에만 2300만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골프장에 내장객이 몰려들면서 대회를 하겠다는 골프장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 골프 관계자는 “라비에벨CC가 영업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회를 치르는 것만 해도 대단한 결정인데 식사 제공까지 해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1995년 1월 7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CC로 발령이 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은 이정윤 대표는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골프장 전문경영인이다. 특히 2003년부터 우정힐스에서 국내 최고 메이저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는 주역이다. 지난해 한국오픈 우승자 이준석은 정상에 오른 뒤 이정윤 대표에게 각별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주선으로 우정힐스CC에서 훈련할 수 있게 되면서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 프로 아마 골퍼 모두 든든한 아침 중요
든든한 아침 식사는 성장기 학생뿐 아니라 골퍼에게도 중요하다. 보통 4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는 골프 라운드는 틈나는 대로 잘 먹고 잘 마셔야 피로를 방지하고 일정한 혈당과 에너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시작하기 전에 영양가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프로 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도 그렇다. 오랜 시간 야외 활동을 하려면 기초 체력과 지구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스포츠 영양학자들은 “적당량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원활한 뇌 활동에 필요한 혈당이 부족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게임을 망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가능하면 식사는 티오프 2시간 전에 하는 게 적당하다.
아침을 거르고 새벽 골프를 치는 경우 전반 9홀까지는 펄펄 날다가 후반에 들어서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전반을 마치고 쉬게 되면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국수 등으로 에너지를 보충해 주는 게 좋다. 백민의원 김창열 원장은 “라운드 전 해산물이나 토스트 빵 등 소화가 잘되는 메뉴가 좋다”며 “라운드 도중 간식으로는 꿀, 엿, 잼이 든 과자나 건포도, 양갱 등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 최고 간식은 먹기 편한 바나나
2017년 코리안투어에서 135명의 선수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선호하는 간식 1위로는 바나나가 꼽혔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79명의 선수들이 바나나에 표를 던졌다. 2위는 에너지바였으며 초콜릿, 견과류, 에너지 음료가 그 뒤를 이었다.
코리안투어는 전문의 견해를 인용해 “바나나는 수분 70%, 탄수화물 27.1%로 구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중 발생하는 갈증을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며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데 바나나를 섭취하면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먹기 간편하고 소화가 잘돼 부담이 없다는 것은 바나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남녀 골프대회에 가면 티박스 부근에서 물과 함께 바나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간판스타 김지현은 “허기를 느끼면 방울토마토, 참외, 사과 등 계절에 맞는 과일을 먹는다”며 “전반 9홀 마치면 선식 또는 프로틴(단백질)을 섭취한다”고 소개했다. 후반 9홀 들어가기 전에 미숫가루를 먹는 선수도 많다.
● “갈증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늦었어요.”
수분이 부족해도 미스 샷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은 정상적인 사람의 체중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5%는 세포 속에 들어 있고 나머지 35%는 혈액 및 뇌척수액 등 세포밖에 분포돼 있다. 수분이 2%만 줄어도 신경조직이 둔해지고 근육은 경직된다. 적어도 티오프 30분전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라운드 도중에도 적당한 음료를 마시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 사이에선 ‘갈증을 느끼는 순간 이미 늦었다’는 말이 있다. 홀마다 목을 축이듯 조금씩 꾸준히 물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물은 티샷 직전에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중앙대의료원 김돈규 재활의학과 교수는 “날씨가 더울수록 물과 함께 미네랄을 보충해 줘야 체내 전해질 결핍을 막을 수 있다”며 “수분은 몸이 지쳤다고 느끼기 전에 공급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라운드 시작할 때 이온음료 등 스포츠 드링크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음료수가 맛있으면 수분 섭취가 자연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당도가 너무 높지 않은 음료수 중에서 자신이 좋은 대로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선수들은 수시로 아미노산 제제인 에너지 음료를 찾기도 한다.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는 것. 장하나와 하민송은 우유를 즐긴다.
당분의 섭취는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전문가들은 100% 오렌지 주스처럼 고농도의 탄수화물 용액은 오히려 체액 보충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어 2.5% 미만 농도의 탄수화물 용액을 추천한다. 달착지근한 정도의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는 이뇨 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수분을 몸에서 더욱 빠져나가게 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나친 섭취를 피해야 한다. 한 선수는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많은 양을 먹으면 심박수를 늘려 리듬 템포가 흐트러지고 스윙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게 된다”고 전했다. 당분과 열량이 많은 청량음료도 피해야 한다. 메이저 골프 대회 최다 우승 기록에 빛나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는 청량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는다.
라운드 전날 과음 과식은 물론 금물이다. 한 선수는 과식한 다음날 손이 부어 미세한 감각이 성패를 좌우하는 퍼팅에서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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