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은 국민 건강과 환자의 안전 위한 법[기고/하워드 캐턴]

간호법 제정 놓고 엇갈리는 의료계 입장

하워드 캐턴 국제간호협의회 최고경영자

전 세계 간호사들은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의료 현장을 굳건하게 지켜 왔다. 이는 간호사들의 헌신과 노고 덕분에 가능했다. 팬데믹 극복과 재건, 보편적 건강보장(UHC) 달성, 고령화 시대 대비 등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간호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제간호협의회(ICN)는 간호법이 간호사를 지원하고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전 세계가 직면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WHO는 ‘세계 간호 현황 보고서(SoWN)’를 통해 간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글로벌 간호 전략’을 통해 모든 국가가 간호 교육 및 실습, 간호전문직, 간호리더십 등을 지원하는 법과 규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90% 이상의 국가에 간호법과 이와 관련된 규정이 있다. 유럽연합(EU)은 ‘간호지침(European-wide Nursing Directives)’을 통해 간호사의 역할과 교육, 업무 범위, 전문성 강화 등을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지침이 유럽에서 단순히 간호사의 등록이나 통제, 규율 등에 관한 것이라고 축소해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EU 간호지침은 EU 의회를 통과한 것으로, 법적으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의무 규정이다. 이 지침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역할, 근무 환경, 인력 배치를 통한 적정 노동시간, 간호사의 건강과 안전 등을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간호사의 경험과 전문지식이 반영돼야 한다. 보건의료 시스템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간호사의 전문성과 리더십이 꼭 필요하며,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70% 이상의 국가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조직에 ‘간호정책관(Chief Nursing Officer)’을 두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간호사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보다 나은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간호사에 대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간호사를 신종 전염병 방역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에게 간호 돌봄을 제공하는 전문가로 인정하고 있다. 숙련된 간호사들은 최고의 간호를 제공하고 있다. 환자 역시 간호사의 업무 범위 확장으로 다양한 간호를 제공받는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간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간호법은 다양화되는 간호 업무에 발맞춰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국민 건강을 돌보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