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를 지나며 인류는 지난 세기 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대면 생활 방식이 변화하는 시간을 겪었다. 효율과 유행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선택하는 현실에 당황하면서도 모두가 적응하고 있다. 의료를 포함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예외가 아니다.
2010년대에 정밀의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나온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술적 도구로 가장 많이 각광받아 온 분야 중 하나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더불어 모바일 헬스케어는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AI 기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플랫폼 중심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는 서비스의 최종 전달자로 의료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렇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본질적으로 고령화사회에서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도구로서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국제기구도 그 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의료 및 헬스케어는 인간의 건강, 때로는 생사를 다루는 일이기에 기술 진보만큼이나 안전에 대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심전도 판독이 인간 의사와 거의 동등한 수준이라는 것을 아는 데 4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기술 진보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디지털 헬스케어의 빠른 확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됐다. 그에 맞는 제도와 사회적 합의, 적절한 관리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다행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늘어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의료기기형 소프트웨어 인허가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전문적인 인허가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가칭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법’ 등을 마련해 기업, 병원, 국민이 믿고 신뢰하는 제품 개발을 지원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제품 상용화의 전(全) 주기를 관리해 출시 이후 효과를 추적하고 오류를 검증하는 등 우수한 제품이 살아남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규제가 과도해 의료기기와 비의료기기의 경계가 한쪽으로 쏠리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기준을 설정하는 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의료기기로 인허가를 받으면 의료보험 수가를 우대하는 것과 같은 지원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5월 27일은 의료기기의 날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적절한 규제와 육성책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어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일상,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의료계가 함께 뜻을 모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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