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통합심사제도 도입… 혁신 의료기기 성장 이끌 마중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0일 03시 00분


건강관리어플과 연동한 디지털 디바이스. 이를 통해 걸음수 운동량 등 건강정보가 어플로 자동 전송이 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건강관리어플과 연동한 디지털 디바이스. 이를 통해 걸음수 운동량 등 건강정보가 어플로 자동 전송이 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
김법민 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단장
첫 단추가 끼워졌다. 기술경쟁력이 있어도 시장 진출 루트가 꽉 막혀있던 혁신 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 선진입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에 따르면 비침습적인 인공지능(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임상현장에 조기 진입이 가능하도록 기술개발 완료 시점부터 혁신 의료기술까지의 평가기간을 통상 390일에서 80일로 축소하는 통합심사 방안이 제시되었다.

기존의 혁신 의료기술제도는 신의료기술평가유예제도와 함께 혁신적인 의료기기 제품의 조기 시장 진입이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제도이지만 기대보다 많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된 혁신 의료기기 인증 평가와 식약처의 품목허가가 포함된 통합심사제도는 적극 환영할 만하다.

이 조치에 대한 배경을 단지 산업진흥 측면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통해 의료 서비스의 범위가 진단과 치료를 넘어 건강관리, 예방 및 예측까지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민 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옷매무새가 완성되려면 아직도 많은 단추가 끼워져야 한다. 현재 큰 틀에서의 방향은 제시되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구상 중인 상황이다. 첫발을 내디딘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첫째, 혁신 의료기기로 제품 인증을 받더라도 혁신 의료기술 평가는 의료행위라는 별도의 기준에 따라 인증절차가 진행된다. 따라서 통합심사를 진행하는 경우 기기의 혁신성 외에도 관련 의료기술이 적절하게 정의될 수 있도록 의료계 및 관계기관들과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이른 시일 내 확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둘째, 현 제도의 적용 분야가 비침습적인 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로 제시됐다. ‘AI·디지털 혁신 의료기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다소 모호하다. 현재까지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된 19개 항목 중 11개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며 8개는 하드웨어가 결합된 형태임을 놓고 볼 때, 궁극적으로 수혜 분야는 혁신적인 의료기기 전반에 걸쳐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혁신 의료기기 지정은 국내에서 제조된 제품에만 부여되는 인증제도가 아니다. 수입 제품도 마찬가지로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되어 시장 진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부터 선진국의 유수 제품들과의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는 550조 원을 웃돌며 반도체 시장에 필적할 정도로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 내외로 아직은 후발주자로서의 한계가 뚜렷한 종목이다. 제품 개발 이후 수익 창출에 이르기까지 규제 등 장애물이 많은 탓이다. 하지만 반도체나 자동차가 국가 주력 종목이 된 지도 수십 년에 불과하다.

전 세계 시장의 성장 속도,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와 가파른 1인당 의료비용 증가 속도 등을 고려할 때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임이 자명하다. 새 정부 들어 의료 분야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이번에 마련된 제도 개편안이 의료기기산업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헬스동아#건강#의학#전문가 칼럼#통합심사제도#의료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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