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자폐 변호사役 박은빈
“영우를 연기하는 게 옳은 일인지, 불쾌감 주진 않을지 노트에 적어
특별함과 사랑스러움 공존 캐릭터 뿌듯한 마음으로 보내주고 싶어”
“연기를 한다기보다 영우란 인물의 생각과 진심을 이해하고 (시청자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자폐인과 그 가족분들도 받아들여 주시지 않을까 했거든요. 김밥은…, 촬영 때 하도 먹어서 이젠 별로 생각나지 않아요. 하하.”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누가 뭐래도 우영우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30)이 없었다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제작진 역시 “(출연을) 1년 동안 기다렸다”고 할 정도였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22일 만난 그는 “들뜨지도 않고 신나하지도 않으려 한다. 관찰자 같은 입장에서 현재를 바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은빈은 아역으로 시작해 벌써 27년 차 배우지만, 알려진 대로 우영우 역할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 그는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며 “어떤 말투와 행동으로 영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두려웠다”고 했다.
“촬영 때마다 심사숙고했어요. 영우는 특별함과 사랑스러움이 공존하는 캐릭터예요. 영우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장애를 지녔다고 해서 방어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상하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동시에 ‘이상하지 않게’ 일 잘하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이날 인터뷰 내내 박은빈은 고래가 그려진 보라색 노트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드라마를 준비하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심경을 적은 ‘생각 노트’”라며 “영우를 연기하는 게 옳은 일인지, 혹시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진 않을지 고민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박은빈은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3회 때 변호사를 관두려 했던 장면을 꼽았다. 그는 “영우가 좋은 변호사란 뭔가를 고민하다가, 그렇게 원했던 변호사란 직업을 내려놓는 걸 보면서 용감하고 철학이 뚜렷하다고 느꼈다”며 “이런 성정이기에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세월도 잘 헤치고 나온 거구나 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애정하는’ 대사도 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 길 잃은 외뿔고래를 얘기하며 ‘모두가 저와 다르니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이게 제 삶이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다’라고 말하죠. 영우가 그간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최종회 시청률 17.5%를 기록하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미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쏟아졌다. 하지만 박은빈은 성원에 감사하다면서도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마지막에 ‘뿌듯함’으로 끝난 영우의 모습을 사진 찍듯 남겨 각자의 보물 상자에 넣어두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요. 저도 정말 뿌듯한 마음으로 영우를 보내주고 싶거든요. 만약에라도 그 보물 상자를 다시 열어보자고 한다면…, 처음에 영우를 마주하기로 맘먹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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