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안 정책토론회 열려
강제규-황동혁 등 200여 명 참석
“TV나 OTT로 영화 방영때 발생한 수익 배분 받을수 있도록
그래야 K콘텐츠 역량 강화” 강조
“영화 ‘최종병기 활’(2011년)을 준비할 때 케이블 방송에서 내 전작들이 방영되는 걸 봤다. 그걸 보며 ‘나도 배가 많이 고픈데 (방영 수익을) 좀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정책토론회 현장.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과 후속작 ‘한산: 용의 출현’으로 7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은 김한민 감독이 초기작의 잇단 흥행 실패로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감독 외에도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강제규 김용화 등 대표적인 천만 감독들과 ‘오징어게임’의 주역 황동혁 감독 등 조합 소속 감독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20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감독들이 모인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건 저작권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감독이나 작가 등의 저작자가 영상저작물(영화)의 저작재산권을 제작자 등에게 양도했더라도 향후 영화의 TV 방영이나 디지털 매체를 통한 유통 등으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이런 조항이 없어 별도 특약이 없는 한 감독과 작가는 저작재산권 양도 대금 등 영화 제작 초기에 받는 대가 외에 별도의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황 감독은 넷플릭스로부터 일정 부분 보상을 받았지만 이는 관련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흥행 이후 넷플릭스와의 별도 협의를 거친 결과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 감독은 “한국영화감독조합 회원이 500명이 넘는데 평균 연봉이 채 2000만 원이 안 된다”며 “저작권법 개정으로 정당한 보상을 보장해야 좀 더 능력 있고 열정 있는 후배들이 K콘텐츠 창작에 뛰어들고, 이로 인해 K콘텐츠가 세계에 더 오래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외 촬영차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감독들도 힘을 보탰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독과 작가가 저작자로서의 위치를 돌려받고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 창작자들도 세계적인 수준의 환경 속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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