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에서 800만 명이 찾는 영국 공립 미술관 테이트를 총괄하는 마리아 볼쇼 관장(52·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볼쇼 관장은 “지금처럼 한국 문화가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며 “특히 젊은 세대에게 케이팝은 물론 음식과 스타일이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한 친구 딸이 한국 음악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도 있다. 영국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볼쇼 관장이 이끌고 있는 테이트 미술관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더불어 세계 현대 미술 담론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공공기관이다. 볼쇼 관장은 테이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디렉터로 런던이나 옥스브리지(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신이 아님에도 2017년 테이트를 30년간 이끈 니컬러스 서로타 경 후임으로 취임해 주목받았다.
이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개최한 ‘KAMA 콘퍼런스: 아트 컬렉팅과 비즈니스’에 참석해 미술관 소장품에 대해 강연한 그는 한국 미술관은 “관객의 호기심을 과소평가하지도, 안전하게 가지도 말고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려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금 미술관은 어떠한 논쟁이든 벌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친구와 미술관에 갈 때 좋아하는 작품이 일치한 적이 있었나요? 오히려 그 작품이 왜 좋으냐고 논쟁하는 게 대부분이지요. 어떤 작품이 좋고, 어떤 작품은 나쁘다고 정해주는 미술관은 좋지 않은 곳입니다. 건설적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이 바로 미술관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돼 최근 재개관한 테이트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의 설치작품을 터빈홀에서 대규모로 선보였다. 볼쇼 관장은 “지금 한국 미술을 더 많이 소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향후 기획 전시와 소장품 전시에서 항상 한국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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