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높이는 난청… 청력 70dB 넘게 손상되면 인공와우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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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의 치료와 관리법
노인성 난청 환자 늘어나는 추세
이어폰 볼륨은 50% 이하로 하고 생애전환기에 청력검사 꼭 해야
선천성 난청은 조기 진단 중요…생후 다섯 달 전에 발견해야 교정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로 다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제한적인 급여 적용과 부족한 사회 인식으로 상당수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로 다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제한적인 급여 적용과 부족한 사회 인식으로 상당수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난청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2011년 33만5000명에서 지난해 54만2000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했다. 다행히 난청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9일 귀의 날을 맞이해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나 난청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난청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

“난청은 말이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이다. 평상시와 다르게 소리를 듣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난청이라고 할 수 있다.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노인성 난청, 유전성 난청, 선천성 난청,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등이 있다. 일흔이 되면 3명 중 1명, 여든이 되면 2명 중 1명꼴로 난청이 나타날 정도로 흔한 노화현상이다. 또한 신생아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선천성 질환이기도 하다. 1000명 중 1명이 심한 난청으로 태어나고 200명 중 1명은 중등도 난청 진단을 받는다.”

―난청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던데….

“특히 선천성 난청은 빨리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돌 무렵까지 청각과 언어 관련 발달이 왕성하게 늘며 한두 마디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태어난 후 다섯 살까지 소리를 듣고 언어체계가 갖춰지며 말이 는다. 선천성 난청은 조기치료 시기를 놓치면 정상적인 언어발달에 도달하기가 힘들어진다. 다행히 최근에는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난청 선별 검사를 한다. 노인성 난청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발음을 잘 듣지 못하면 뇌에 변화가 생긴다. 난청을 방치해 뇌가 정확한 발음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으면 보청기를 껴도 시끄럽기만 하고 알아듣기 힘들 수 있다. 흔히 25dB(데시벨)을 정상 청력으로 본다. 노인성 난청처럼 서서히 진행하는 난청의 경우 40dB 정도 청력이 떨어졌을 때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의 위험도 있다고….


“프랭크 린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팀이 12년간 성인 639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경도 난청을 가진 사람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2배 높았다. 조금 더 심한 정도의 난청은 치매 위험이 3배 높았고 중증도 난청은 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소리를 들으면 뇌 기능이 활발해진다. 하지만 난청이 심하면 뇌 활동이 줄어들고 인지기능이 점차 저하된다. 반대로 청력 손실로 인해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뇌를 과도하게 사용함에 따라 과부하가 걸려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치매 원인 질환은 60여 가지로 매우 다양하다. 그 중 난청은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 중 가장 비중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난청 환자 중 경도인지장애가 있다면 적극적인 청각 재활로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 있다면….


“자꾸만 되물어보거나 묻는 말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면 난청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해 불러도 대답을 안 하는 경우에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또 갑자기 귀가 먹먹해진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시력이 떨어지듯 청력 저하 역시 노화에 따른 변화 중 하나로 노화 진행에 따른 난청을 피해 갈 수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년 1dB 정도 감소한다고 보면 된다. 난청의 정도는 dB로 표시한다. 0∼25dB은 정상 수준으로 난청이 심할수록 수치가 증가한다. 40dB이 넘어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중등도 난청으로 구분하고 치료나 보청기 착용 등 재활 대상이 된다. 26dB 이상의 난청을 보이는 비율은 65세 이상에서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노화로 인한 난청은 매우 흔한 퇴행성 질환이다. 하지만 실제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보청기를 조기에 착용하면 난청으로 인한 불편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떨어진다. 청력이 70dB 이상 손상됐다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달팽이관을 대체할 기기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인공 와우 수술이 필요한 대상은….


“양쪽 청력이 70dB 이상 손상되고 보청기를 써도 말소리 구분이 어려운 환자가 일반적인 대상이 된다. 물론 한쪽 귀만 안 들리는 비대칭형 난청 환자도 인공 와우 수술이 도움이 될수 있다. 한쪽 귀만 안들리는 소아는 건강한 귀로 말을 들어서 언어발달이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끄러운 환경이나 여러 사람이 동시에 얘기하는 경우 말소리를 놓쳐 고도의 언어 능력은 양쪽 다 잘 들리는 경우보다 떨어진다. 노인성 난청 환자 중 보청기 효과가 없어지면 인공와우 수술을 받기도 한다. 보청기나 인공와우로 교정 청력이 개선되면 인지력의 저하속도도 늦출 수 있고, 사회 참여에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난청 환자를 위한 당부 사항이 있다면….

청력은 태어날 때부터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우리 몸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리고 난청은 치매, 우울증, 낙상사고의 위험요인이다. 한번 손상된 청력은 회복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어릴 때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듣는 청소년기에도 청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을 때 소리 크기가 100dB 이상임을 감안할때 2시간 이상 이런 소리에 노출이 되면 영구적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음악의 볼륨을 50% 이하로 맞추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 기타 생애 전환기마다 정확한 청력 검사를 시행해 내 귀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소리를 듣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적절한 보청기를 지원받을 수 있는 보청기 급여화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헬스동아#건강#의학#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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