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안데르센상 이수지 작가
시상식서 덴마크여왕의 메달 받아
“어떤 도전도 받아들이는 놀이정신
그림책의 모든 가능성 확장해와”
“그림책에는 어린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의 정수가 담겨 있어요. 그림책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많이 시도하는 이유는 가장 창조적이고 유희적인 어린이 독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3월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책의 노벨 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그림 작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이수지 작가(48)가 6일(현지 시간) 열린 시상식에서 말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데르센상 시상식은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주관했다. 이 작가는 6일 발표한 제36회 인촌상에서 언론·문화 부문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그림책 작가가 인촌상을 받는 건 처음이다.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덴마크 여왕 메달을 받은 이 작가는 “안데르센상 시상식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며 “그림책은 어린이라는 아름다운 독자들에 대한 제 감탄의 마음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책은 어떤 형태로든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림책의 모든 색과 선, 심지어 그림책이 머금은 공기에마저 어린이가 스며들어 있죠. 아이들은 맑고 또렷해요. 생의 초반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세상과 만나는 반짝이는 이들에게 경외를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어린이에게 열려 있는 매개체인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이 작가는 그림책 작업을 통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있다고 했다.
“손끝과 발끝으로 짜릿하게 느껴지는 생의 기쁨을, 아주 진지한 태도로 온 마음을 다해 가장 즐겁게 놀이하는 방법으로 그렸습니다.”
이수지라는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파도야 놀자’(2008년), ‘거울속으로’(2009년), ‘그림자놀이’(2010년)를 설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제본선을 활용해 ‘경계 3부작’으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바다와 모래사장, 현실과 거울 등의 경계를 시각화한 작품들로 “책의 물성(物性)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이 작가는 “어린이들은 어떤 도전도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놀이 정신은 그림책의 모든 가능성을 확장해왔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2021년)를 소개하는 영상도 상영돼 큰 박수를 받았다. 이 작가는 크게 허리를 굽혀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인생을 즐기시기 바란다. 특히 이 여름을”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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