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임 대통령 초상화 공개 행사, 트럼프때 끊겼다가 10년만에 재개
바이든, 오바마 부부 백악관 초청
오바마 “화가, 얼굴 주름 다 잡아내”… 트럼프 겨냥 “찢지 맙시다” 농담도
“(제 초상화를 그린 로버트 매커디는) 제 얼굴 모든 주름을 다 잡아냈습니다. 흰머리를 지워 달라고, 귀를 작게 그려 달라고 했는데 모두 거절당했어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61)과 부인 미셸 여사(58) 초상화 공개 행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유별나게 큰 자신의 귀를 풍자하는 등 특유의 유머를 구사하며 좌중을 즐겁게 했다. 현직 대통령이 전임자 초상화를 공개하는 미국 전통은 2012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할 때까지는 지켜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아 명맥이 끊겼다가 이날 10년 만에 재개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집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반겼다. 이어 “그보다 품위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을 거의 알지 못한다”고 칭송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돌아와서 기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정한 파트너 겸 친구”라고 화답했다. 그의 초상화는 짙은 회색 양복에 밝은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두 손은 양복 주머니에 넣고 서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기념 연설은 감회와 농담이 버무려져 ‘집에 돌아온’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연설 시작부터 “이곳을 갈기갈기 찢지(tear up) 맙시다”라며 재임 중 국민은 물론이고 백악관 참모진도 분열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슬쩍 농담거리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스트룸을 가득 메운 옛 참모들을 향해서는 “옛날에는 ‘애들(kids)’이었는데 지금은 나라를 운영하는 걸 보면 조금 놀랍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여러분들이 가족을 꾸린 걸 보면 흥분된다. 그런데 누구도 아기 이름을 ‘버락’이나 ‘미셸’이라고 지었다는 말을 못 들어 조금 실망했다”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는 “대통령 자리는 자주 미화된다”며 퇴임 후 때로는 단점이 잊혀지고 신격화되기도 하나 그저 평범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미셸 여사의 초상화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붉은색 소파에 앉아 앞을 응시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는 “자신을 믿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미국은 그렇게 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