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작가 책-논문 학습해 쓴 서문
‘사피엔스’ 10주년 특별판에 실어
“지적인 잡탕 같아 일단은 안심…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역사 끝나”
“정말 인공지능(AI)이 이 글을 썼단 말인가?”
‘사피엔스’(김영사) 저자인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46)는 최근 ‘사피엔스’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 서문을 보고 놀랐다. 해당 글은 AI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자연어처리 모델로 꼽히는 ‘GPT-3’가 하라리의 책, 논문, 인터뷰를 모아 작성한 것. 수정이나 편집은 하지 않았다.
하라리는 글을 읽는 동안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며 “정말 깜짝 놀랐다”고 그 역시 ‘사피엔스’ 특별판 서문에서 고백했다.
“글 자체는 잡동사니를 조합해 만든 잡탕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글이 다 그렇잖은가? 내가 ‘사피엔스’를 집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책, 논문, 인터뷰 글을 다 끌어모아서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사실을 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언뜻 보면 AI가 쓴 글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를 파고드는 ‘사피엔스’의 요지를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과거 우리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시장이라는 상상 속의 질서 덕분에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전례 없는 번영과 복지도 이뤘다. 하지만 그 상상 속의 질서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다.’ 다만 하라리는 AI가 쓴 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라면 결코 글로 쓰지 않았을 아이디어가 많이 포함됐다. 납득하기 어렵거나 명백하게 우스꽝스러운 부분도 보였다. 그 결과물은 문학적이면서 지적인 잡탕처럼 보인다. 일단 안심이 된다. 적어도 몇 년간은 GPT-3이 내 일자리를 빼앗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AI가 앞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AI 혁명은 ‘우리가 알던 방식의 인류 역사가 끝났다’는 신호”라며 “역사상 처음으로 힘의 중심이 인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김영사) 2022년 특별판 서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만일 푸틴의 도박이 성공한다면 결국 세계 질서가 붕괴하고 평화와 번영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며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를 위해 써야 할 돈이 탱크, 미사일, 사이버 무기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지옥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는 것을 미루다 보면 출구 없는 곳에 갇혀 버릴지도 모른다”며 “우리 인간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