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량이 꽤 많고 비만 체형인데도 주변 사람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런 유형은 대부분 ‘거구’ 체형이다. 고도 비만에 가깝지만 사람들은 그저 어깨가 떡 벌어지고 체격이 좋다고 말할 뿐이다. 임진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45)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임 교수는 고교 시절 체중이 100kg이 넘는 거구였다. 하지만 골격이 굵어 그런지 주변에서는 과도한 비만 체형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사실 임 교수 가족은 덩치가 크거나 뚱뚱하지 않았다. 임 교수 혼자만 그랬다. 그는 원인을 후천적인 것이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해 덩치가 커졌다. 무엇보다 먹는 것을 좋아했다. 고기 5인분은 그 자리에서 해치우는 대식가였다.
3년 전 키 182cm인 임 교수는 체중 127kg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때도 주변 사람들은 그를 고도 비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정작 임 교수 자신은 스스로의 몸 상태를 알고 있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었다. 체중 감량의 절실함을 깨달았다. 임 교수의 다이어트 도전기를 들어봤다.
● “하루 5끼에 간식 추가, 체중 120kg 훌쩍”
임 교수는 재수 끝에 의대에 갔다. 재수 시절에는 그나마 다이어트를 해 체중을 78kg까지 줄여 놓았다. 하지만 대학에 간 후부터 체중이 불었고, 전공의를 마치고 결혼할 무렵에는 100kg을 다시 넘어섰다.
이번에도 ‘대식’이 원인이었다. 야근하면서 먹고, 수술 끝내고 또 먹었다. 회식 때도 많은 음식을 먹었다. 식빵 포장지를 뜯으면 그 자리에서 다 잼을 발라 먹었고, 그것도 모자라 새로 식빵을 뜯어 절반 정도를 더 먹었다. 물론 하루 세 끼는 다 먹었다. 임 교수는 “당시에 하루에 1만 Cal 이상의 열량을 섭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식사량이 많았지만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었다. 고작해야 하루 1만 보 정도 걷는 게 전부였다. 섭취 열량에 비해 활동량이 턱없이 적었던 것이다.
2013년 그는 교수가 됐다. 바뀐 것은 없었다. 하루 다섯 끼를 먹었다. 그걸로 모자라 햄버거나 컵라면 같은 간식도 먹었다. 아이스크림 대여섯 개는 뚝딱 해치웠다. 체중은 점점 더 불어났다. 로봇 수술을 하기 위해 의자에 앉으면 팔걸이에 엉덩이가 끼었다. 그러더니 3년 전 11월에는 체중이 120kg을 넘어 127kg을 찍었다.
● “이러다 큰일 난다” 생각에 운동 시작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인턴 직전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일종의 양성 종양인 ‘혈관종’이 간에서 발견됐다. 혈관종은 당장은 괜찮더라도 점점 커져 주변 장기를 압박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시 혈관종 크기는 2cm.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크기가 작아 일단 무시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초반 혈관종이 7cm로 커져 있었다. 위험 신호였다. 게다가 혈압은 2기 고혈압에 해당할 정도로 올라갔고, 혈당은 당뇨병 직전 단계에 이르렀다. 그제야 임 교수는 자신의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적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도 상당히 불편해졌다. 잠이 많아졌다. 자고 나서도 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졌다.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가족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임 교수는 더 이상 운동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행히 그 무렵에는 업무량을 조금은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임 교수는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용 헬스 시설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나중에는 병원 근처에 있는 헬스클럽에도 등록했다. 트레드밀 위에서 달렸고 근력 운동 기구를 들었다. 가급적 1시간 이상은 운동했다. 임 교수는 매주 3, 4일을 병원에서 잤다. 그런 날에는 오전 1시에 헬스 시설에서 운동했다. 집에 가는 날이면 오전 5시에 나와 운동했다. 도저히 시간이 안 되면 점심시간에 운동하기도 했다.
● “35kg 감량 성공, 다이어트는 진행 중”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년 만에 30kg 체중을 뺐다. 하지만 100kg 이하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헬스 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나름대로 운동하기는 했다. 근력 기구를 사서 집에서 했다. 주말에는 등산을 갔고, 새벽에는 서울시 공용자전거 ‘따릉이’를 탔다. 그렇게 관리했지만 체중은 서서히 늘어났다.
올 3월 헬스클럽이 다시 문을 열었다. 운동을 다시 시작했고,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도 받았다. 이 교수는 휴일을 포함해 매주 5, 6회 퇴근한 이후 1시간 반~2시간씩 운동한다. 음식 섭취량도 크게 줄였다. 아침에는 김밥 반 줄을 먹고 점심은 건너뛴다. 저녁에는 단백질 위주로 넉넉하게 식사한다. 하루 섭취 열량은 2000~2500Cal 정도다.
그 결과 체중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고, 현재 92kg이다. 혈압도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간 혈관종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있다. 체지방은 확 줄었고, 근육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건강지표가 좋아지니 일상에서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제 10개 층은 가뿐히 걸어간다. 수술하고 나서도 피로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잠이 줄었는데 피로감은 더 줄었다.
요요 현상을 막는 건 숙제다. 그러기 위해 매일 체중을 체크한다. 식사량은 엄격하게 조절한다. 가급적 간식도 먹지 않는다. 음식 제한으로 인해 때로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지만 잘 이겨낸단다.
과거 임 교수의 허리둘레는 107cm(약 42인치)였다. ‘빅 사이즈’ 매장에 가야 바지를 살 수 있었다. 양복은 모두 맞춰 입었다. 지금은 89cm(약 35인치)로 줄었다. 임 교수는 “큰 옷을 다 버렸다”며 “돈이 아깝지만 대신 건강을 얻었으니까 만족한다”고 했다. 최종 목표는 80kg까지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다이어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2~15회씩 총 5~6세트 적절”… 스쿼트 3종 세트 소개
헬스클럽에 가지 않고 스쿼트만으로 집에서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임진홍 교수의 헬스 트레이너 강의찬 씨는 “배낭(백팩)을 활용해 원하는 부위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의 도움을 받아 임 교수가 직접 스쿼트를 해봤다.
먼저 준비 과정. 배낭에 4~5kg 정도 물건을 집어넣는다. 책을 여러 권 넣어도 좋고, 1.5L짜리 생수 2~3개를 넣어도 된다. 스쿼트는 근력을 키우고 싶은 부위에 따라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등에 배낭을 메고 하면 엉덩이 부위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①). 이 동작을 할 때는 팔을 앞으로 하고, 두 손을 깍지 끼는 게 좋다. 둘째, 배낭을 앞으로 메면 허벅지 근육이 강해진다(②). 이 동작을 할 때는 의도적으로 엉덩이를 살짝 더 빼도록 한다.
셋째, 머리 위로 배낭을 올린 채 스쿼트를 하는 방법이다(③). 앞의 두 동작보다 난도가 높은 이 동작은 코어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스쿼트를 할 때 앞으로 몸이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코어 근육에 힘을 주기 때문이다.
스쿼트를 할 때는 보통 12~15회를 이어 하는 게 좋다. 12회 동작이 끝나면 잠시 쉬고 다시 12회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총 5, 6세트를 하는 게 좋다. 한 달 정도 해 본 후 근력이 좋아졌다면 횟수를 15~20회로 늘리거나 세트를 7~9세트로 늘리도록 한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 중량일까. 9, 10회째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가장 적절하다. 만약 12회 내내 무겁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중량을 늘리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낮은 중량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게 좋고, 근육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횟수는 적더라도 높은 중량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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