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신의 손’ 축구공 31억 원에 낙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13시 45분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팔로 공을 터치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팔로 공을 터치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손으로 공을 쳐 골으며 ‘신의 손’ 논란을 일으켰던 축구공이 경매에서 수십억 원에 낙찰됐다.

17일 AFP에 따르면 이날 영국 런던의 그레이엄 버드 옥션 하우스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신의 손’ 축구공이 200만 파운드(약 31억8000만 원)에 팔렸다.

이 공은 당시 월드컵의 공인구인 아디다스 ‘아즈테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8강전에서 마라도나는 손으로 골을 넣었지만 주심이 이를 보지 못했고, 득점으로 인정됐다. 당시는 공을 여러 개 사용하지 않고 한 개만이 90분 경기 내내 쓰였다.

이 축구공은 당시 8강 전 주심을 맡았던 튀니지의 알리 빈 나세르 전 심판이 36년간 소유하고 있다가 경매에 내놓았다. 빈 나세르 전 심판은 “이 공을 세계인과 공유할 적절한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구매자가 대중을 위해 전시하기를 바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골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2020년 사망한 마라도나는 당시 경기 후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했다”며 행운의 골이었음을 인정했다. 빈 나세르 전 심판은 “사실 그때 (골 장면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경기 후 잉글랜드 보비 롭슨 감독이 내게 ‘당신은 (심판을) 잘 봤지만, 선심이 무책임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우승한 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 월드컵에 우승한 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마라도나는 당시 논란의 골을 터트리고 나서 4분 후 하프라인에서 70m 가량을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해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이 골은 멕시코 대회 최고의 골로 꼽혔다.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아르헨티나는 4강에서 벨기에를 꺾고, 결승에서 서독을 제압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멕시코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1-3으로 졌다. 이 경기에서 박창선은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골을 터트렸고, 허정무는 마라도나를 치열하게 막았다.

 마라도나는 1984년부터 1991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뛰었다. 1926년 창단했지만 만년 꼴찌였던 나폴리는 마라도나가 온 뒤 팀 사상 첫 우승을 포함해 두 차례 리그 정상 등극에 유럽축구연맹(UEFA)컵까지 품에 안았다.

이탈리아 나폴리 시절의 디에고 마라도나. AP..
이탈리아 나폴리 시절의 디에고 마라도나. AP..
 그라운드에서는 최고였지만 각종 기행으로 ‘악동’이라는 수식어도 달고 다녔다. 나폴리 시절인 1991년에는 코카인 복용이 밝혀져 15개월 자격 정지를 당했고, 1994년 미국 월드컵 도중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중도에 귀국했다. 자신의 별장까지 와 취재하던 기자에게 공기총을 쏴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08년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지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에 그쳤고, 아르헨티나, 중동, 멕시코 등에서 클럽을 지휘했지만 지도자로서 주목받지는 못했다. 마라도나는 뇌출혈로 수술을 받은 뒤 2020년 11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한편 지난 5월에는 마라도나가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입었던 유니폼이 930만 달러(약 124억 원)에 낙찰됐다. 스포츠 기념품 경매 사상 최고가 세계 기록은 1952년 발행된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미키 맨틀 야구카드다. 8월 낙찰된 가격은 1260만 달러(당시 환율로 170억 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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