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질환 수험생, 수액 꽂고 병실서 ‘응시 투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03시 00분


치료제 없어 15년 투병 김태연양
“앞으로도 꿈을 향해 최선 다할 것”

희소병으로 15년째 투병 중인 김태연 양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6일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병실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다. 김 양은 17일 병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8시간 넘게 수능을 무사히 치렀다. 어머니 김인영 씨 제공
희소병으로 15년째 투병 중인 김태연 양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6일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병실에서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 있다. 김 양은 17일 병실에서 수액을 맞으며 8시간 넘게 수능을 무사히 치렀다. 어머니 김인영 씨 제공
“많이 긴장했지만 그럭저럭 시험을 치른 것 같아 다행이에요.”

17일 부산 서구 고신대병원 병실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김태연 양(18)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양은 세 살 때 ‘장쇄 수산화 아실코에이 탈수소효소 결핍증(LCHADD)’ 진단을 받고 15년 동안 투병 중이다. LCHADD 환자는 지방산 분해 효소가 없어 적은 활동만으로도 근육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국내 환자가 10명 미만인 희소 질병인데,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김 양은 현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병 때문에 김 양은 어린 시절부터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걷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 1주일 넘게 입원한 횟수만 100번 이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아예 휠체어를 타고 등교했다. 중학생 때 2시간여 동안 소묘 실습을 하다 쓰러진 뒤로는 미술학도의 꿈을 접었다.

어머니 김인영 씨(45)는 한자리에서 장시간 집중하며 앉아 있을 때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딸이 수능에 응시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양은 이날 고농도 수액을 맞으며 8시간 넘게 수능을 무사히 치러냈다. 부산시교육청은 병실 안팎에 감독관 2명과 경찰관 2명, 장학사 1명을 배치해 시험을 도왔다.

어머니 김 씨는 “딸은 ‘희소질환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비슷한 병을 앓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 양은 박물관 학예사나 고고학자 등을 꿈꾸며 관련 학과 진학에 도전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능#응시 투혼#희소질환 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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