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언어 능통… ‘21세기 최고신학자’
가톨릭 전통 위배 사상과 맞서 싸워
故김수환 추기경 獨 유학 때 가르쳐
교황 주례로 5일 바티칸서 장례미사
베네딕토 16세(본명 요제프 라칭거)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선종했다. 향년 95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매우 고결하고 친절한 분으로 기억한다”며 “그를 교회와 세계에 선물한 신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애도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의 시신을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해 사흘간 공개한다. 장례 미사는 5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05년 제265대 교황에 올랐다. 2013년 건강 악화를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이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독일 뮌헨대와 프라이징대에서 철학, 신학을 공부했다. 1951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53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57∼1969년 뮌스터대, 프라이징대, 튀빙겐대 강단에 섰다. 1977년 추기경에 임명됐고 1981년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바티칸에 입성했다.
‘진리의 수호자’란 사목 표어처럼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에 위배되는 사상과 무신론 등과 맞서 싸웠다. 프랑스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10개 언어에 능통해 ‘21세기 최고의 신학자’로 불렸다. 집필한 책만 60권이 넘는다. 예수의 실체를 둘러싼 각종 주장을 반박한 ‘나자렛 예수’는 ‘반(反)다빈치 코드’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었고 고양이를 좋아했다. 역대 교황들이 와인을 즐겼지만 독일 출신인 고인은 맥주 애호가였다. 보수 성향의 고인은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이는 2019년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으로 제작됐고 동명의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는 1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베네딕토 16세에 대해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을 존중하면서도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자 힘썼다”고 애도했다. 명동대성당에는 이날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됐고 전국 성당에도 분향소가 설치된다. 주한 교황대사관은 2일 공식 분향소를 설치한다.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은 7일 오후 4시 명동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고인은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이 뮌스터대에서 학생신부로 유학할 당시 교수로 그를 가르쳤다. 2006년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같은 해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거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천주교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믿음과 원칙에 따라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라고 추모했다.
한편 고인의 선종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임이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 문제로 사임 가능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하지만 전임 교황이 2명일 경우 신임 교황에게 부담이 돼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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