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18 당시 시민군으로 부상을 입었지만, 특전사 대원들이 젊은 나이에 숨진 것도 서글픈 현실입니다.”(황일봉 5·18 부상자회장)
5·18민주화운동 단체들이 1980년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을 17일 참배했다. 5·18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이 가해자인 군경의 묘를 참배한 건 처음이다.
5월 3단체(유족회, 부상자회, 공로자회) 회장단은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5·18 당시 숨진 특전사와 경찰관 묘역을 참배했다. 참배에는 최익봉 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총재 등이 함께했다.
회장단은 특전사 사병(28묘역), 특전사 장교(29묘역), 경찰(8묘역) 순으로 약 1시간에 걸쳐 참배를 마쳤다. 5·18 당시 희생된 특전사 대원은 23명, 경찰관은 4명이다. 대부분 계엄군 간 오인 사격, 자체 사고, 차량 돌진 등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전사 묘역을 참배하던 황일봉 회장은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특전사 대원들을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5·18 당시 끔찍한 기억 때문에 고향인 광주에 오지 못하고 타향에서 은둔한 특전사 대원도 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5·18 관계자들은 그동안 진압에 앞장섰던 특전사를 적대시해 왔다. 하지만 특전사 대원들 역시 명령에 따라 진압작전에 투입된 점, 상당수가 5·18 이후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아온 점 등을 이해하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특전사 측 역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 12월 5·18 사적지인 국군광주병원 옛터에선 5·18 당시 특전사 대위였던 박모 씨가 자발적으로 청소봉사를 했다. 특전사 동지회 광주전남지회는 11일 5·18 단체 사무실에 귤 20박스를 전달했다. 5·18 관계자들은 “전사한 대원들도 신군부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귤을 받는 자리에서 특전사 묘역 참배가 추진됐다”고 전했다.
5·18 단체들과 특전사 동지회는 다음 달 19일 광주에서 ‘화해와 감사 협약서’를 작성하고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특전사 대원들은 5·18 당시 희생자 어머니로 구성된 오월어머니회를 찾아 위로하고 5·18민주묘지도 참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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