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별세…남정임·문희와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0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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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막(銀幕)의 여왕’ 윤정희(79·손미자)의 별세 소식에 1960년대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은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troika)’가 재조명되고 있다.

6·25 동란의 상처가 아물기 전인 1960년대엔 여전히 보릿고개가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황금기를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특히 남정임(1945~1992), 문희(76), 윤정희 ‘1세대 여배우 삼두마차’가 부흥을 이끌었다.

스타를 중심으로 한 영화제작 시스템 기반이 만들어지던 시점이었는데, 남정임·문희·윤정희는 영화제작을 가능케 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했다. 당시 독보적이던 남자 배우 신성일(1937~2018)가 대적할 수 있었던 여배우들이었다.

남정임이 데뷔한 1965년을 한국영화사의 변곡점으로 꼽는 이유다. 남정임은 그 해 5월 KBS 제5기 공채 탤런트로 선발됐다. 같은 해 사극 드라마 ‘마패’에 출연한 그녀는 그 해 11월 연방영화사가 주최한 영화 ‘유정’ 여주인공 오디션에 뽑혀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광수 동명 소설을 김수용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본명이 이미자였던 남정임은 김 감독으로부터 받은 ‘유정’의 배역명 ‘남정임’을 예명으로 삼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깜찍한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다. 1971년 재일교포 사업가 임방광과 결혼 후 우여곡절을 겪다가 1978년 ‘웃음소리’를 끝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했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났다. 1992년 유방암으로 별세했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중 유일하게 세상에 남은 문희는 서라벌 예술대학(현 중앙대 예술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5년 KBS 탤런트 선발 공모에 응시했다. 그해 영화 ‘흑맥’으로 데뷔를 했다. 1968년 당시 한국 영화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 번’에서 비련의 여인을 맡아 경력에 정점을 찍었다. 주로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다 1971년 스물다섯의 꽃다운 나이에 결혼을 한 뒤 은퇴했다. 197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씻김불’이 마지막으로 출연한 영화다. 이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 백상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윤정희는 트로이카 중 가장 늦게 데뷔했다. 1966년 조선대 영문학과에 재학 중에 합동영화사 주최 신인배우공모에 참가해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해 대종상·청룡영화상에서 각각 신인상·인기여우상 등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남정임, 문희와 달리 주로 도회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누렸다. 1971년엔 중앙대 대학원에서 ‘영화사적 측면에서 본 한국 여배우 연구:1903~1946년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써서 최초의 석사 여배우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프랑스에서 결혼 후 주로 남편의 내조에 충실하며 간헐적으로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다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자신을 롤모델로 대본을 쓴 영화 ‘시’로 복귀,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그 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윤정희는 이 영화로 ‘제37회 LA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시’로 ‘제13회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받았다. 그녀의 마지막 영화다. 2017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뒤 프랑스 파리에서 요양을 해왔다.

이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의 공로 중 하나는 개성 있는 외모와 이미지로 이전까지 전형적이었던 국내 영화 여성 캐릭터를 다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최인현 감독의 ‘만고강산’(1969), 정인엽 감독의 ‘결혼교실’(1970), 이형표 감독의 ‘7인의 숙녀’(1970)엔 함께 출연, 경쟁하며 시너지를 내기도 했다.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이후 시기별로 한국 영화계에 ‘여배우 트로이카’가 만들어졌다. 1970년대엔 장미희·유지인·정윤희, 1980년대엔 원미경·이보희·이미숙이 예다. 1990년대는 시기가 전·후반으로 나눠진다. 전자는 심혜진·강수연·최진실, 후자는 전도연·심은하·고소영이 트로이카를 형성한 걸로 영화계는 평가한다. 2000년대 이후엔 여배우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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