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안데스 빙벽 오르다 추락
사망 확인했으나 눈 덮여 못 찾아
지난달 인근 등반 산악인이 발견
소지품 등 확인… “고향서 작별인사”
20대 초반의 아르헨티나인 자매가 안데스 산맥의 ‘세로 메르세다리오’ 산 빙벽을 3분의 2지점까지 올랐던 1981년 3월 그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맑았다. 이 산은 해발 6720m로 안데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다.
등산 5일째이던 그날 밤, 언니는 다른 쪽 빙하 벽을 오르던 동생 마르타 에밀리아 알타미라노(당시 20세)가 짧은 비명과 함께 수백 m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주변이 어두워 동생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언니 코리나는 마르타가 살기 어려울 것으로 직감했다.
코리나와 동생의 남자 친구는 마르타를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날이 어두워져 다음 날이 돼서야 마르타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빙하가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인 크레바스가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틀 뒤 전문가들과 다시 현장을 찾았을 땐 주변이 모두 눈으로 덮여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마르타의 가족과 남자 친구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스무 살에 산속에서 숨을 거둔 마르타는 4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라나시온 등 현지 언론이 1일 전했다. 인근을 등반하던 산악인들이 지난달 24일 빙하에 갇힌 여성 시신을 발견했고, 코리나 등 가족들이 시신과 소지품을 확인한 결과 사고 당시 마르타의 인상착의와 일치했다고 한다. 최종 확인을 위해 유전자 검사도 진행 중이다.
언니 코리나는 “닫혔던 상처가 다시 열리는 것 같지만 우리는 마르타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고 이제야 상처가 완벽하게 아물 것 같다”며 “지난 40여 년간 3월이 올 때마다 큰 슬픔을 느꼈는데 이젠 동생이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유전자 검사 등 모든 절차를 마치면 마르타의 시신을 고향인 아르헨티나 북부 도시 투쿠만으로 옮겨 부모,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코리나는 “산을 사랑했던 동생은 만약 자신이 산에서 죽게 되면 유해를 멘도사주에 있는 산악인들의 무덤이나 (자신이) 떨어진 지점에 뿌려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동생이 고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나면 다시 세로 메르세다리오에 와서 유해를 뿌려줄 겁니다. 이 산은 이미 동생의 집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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