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의 중요한 패러다임 혁신 중 하나가 디지털치료기기의 도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치료기기를 승인했다. 의료 현장에서 디지털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디지털치료기기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의 예방, 치료,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말한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기존 건강관리용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 치료기기를 비교하면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 의사로부터 임상적인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되고, 질병 치료 효과를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2017년 미국에서 최초의 디지털치료기기가 사용됐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2020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및 2021년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 등 빠르게 지침을 마련해 대응에 나섰고 이에 디지털치료기기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2022년 8월 디지털치료기기 인허가 기간 및 항목을 간소화하는 범부처적 혁신 의료기기 규제 개선 방안이 마련된 이후 디지털치료기기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이번에 승인된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이외에도 중독, 불안증, 호흡기 질환, 시야장애, 뇌졸중 등의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치료기기 개발 및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곧 다양한 디지털치료기기를 병원 치료의 보조 수단이나 치료 동기 강화, 실시간 알림, 온라인 교육, 행동 데이터 피드백 등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사와 환자를 치료적으로 연결해주는 새로운 임상적 도구로서 향후 중요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첫째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 치료 주도권이 병원 진료실에서 일상 속으로, 의사에게서 환자에게로 넘어갈 수 있다. 둘째는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하지만 환자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알긴 어렵다. 진료 시 정보는 환자의 설명과 검사 결과에 주로 의존했는데, 디지털치료기기를 통해 좀 더 정확한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치료기기가 보편화되면 객관적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의료적 피드백이 바로 이뤄질 수 있어 환자별 맞춤형 의료가 강화된다.
디지털치료기기가 진료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보는 의료진이 디지털치료기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관련 분야 연구자, 임상의, 관계 기관의 꾸준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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