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이진욱 교수, SPRA 수술 고안
‘다빈치 SP’ 이용해 갑상샘암 제거
절개 부위 최소화해 안전성 높여
유방암-대장암 등에도 적용 예정
강원도 원주에 사는 오모 씨(53·여)는 지난해 12월 초 종합병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대학병원에 가서 갑상샘 관련 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오 씨는 갑상샘암 수술 경험이 있는 인천의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를 했다. 이 친척은 자신의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이진욱 교수(외과·로봇수술센터장)를 추천했다. 이 교수는 2600차례 이상의 갑상샘 암 수술을 시행한 해당 분야의 차세대 권위자로 통한다.
인하대병원에서 정밀검진을 했는데 오 씨는 조기 갑상샘암으로 판정받았다. 오 씨는 의료진과 협의해 즉시 수술을 받았고 1㎝ 미만의 미세유두암을 깔끔히 제거할 수 있었다.
오 씨가 받은 수술은 단일공 로봇 수술기인 ‘다빈치 SP’를 세계 최초로 활용해 시행한 갑상샘암 수술(SPRA·Single Port Robotic Areolar approach thyroidectomy)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SPRA 수술은 한쪽 유륜(유두 주변의 착색된 둥근 피부)을 2.7㎝ 정도 절개한 뒤 단일공 로봇팔을 이용해 갑상샘암을 제거하는 수술 방법이다. 이 교수가 고안한 수술 방법으로 지난해 말 인하대병원이 다빈치SP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더 안전하고 환자의 미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현재 갑상샘암 로봇수술 중 가장 보편화된 수술 중 하나로 BABA 수술이 있다. 양쪽 겨드랑이와 양쪽 유륜 등 총 4곳에 각각 8㎜ 정도의 구멍 4개를 만들어 로봇 팔과 카메라를 장치하고 암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2008년부터 시작돼 1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적 로봇수술 방법이다.
이 교수가 고안한 SPRA 수술은 BABA 수술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최소 침습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의 호응이 높다. BABA 수술은 겨드랑이부터 가슴 부위에 이르는 피부 아래 영역을 벗겨내 로봇 수술기를 결합해야 한다. 따라서 넓은 부위에 출혈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SPRA 수술은 겨드랑이를 통한 접근이 없어 수술 시간이 짧고, 수술 후 환자의 통증이 적다. 또 절제 부위 빈 공간에 물이 차는 장종액이나 피부 유착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이 교수는 “SPRA 수술은 다른 갑상샘암 로봇수술 방법들과 비교할 때 진정한 최소 침습적인 수술 방법”이라며 “양측 갑상샘 모두 하나의 구멍을 통해 수술이 가능하고, 로봇과 결합하는 수술 장비가 이전보다 훨씬 작아져 목소리를 내는 후두신경을 더 섬세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 씨와 20명의 환자들이 수술 후 빠르게 회복을 보였다. 또 퇴원하는 과정에서도 별다른 수술 후유증을 보이지 않아 수술의 안정성도 인정받았다.
인천 지역 최초로 다빈치SP를 도입한 인하대병원 로봇수술센터는 SPRA 수술을 시작으로 환자에게 보다 다양한 치료 옵션과 최신·최고 사양의 수술 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하대병원은 다빈치SP를 이용해 갑상샘암뿐만 아니라 담낭 절제술과 탈장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유방암, 대장암, 신장암, 전립샘암, 두경부암, 부신 종양, 종격동 질환, 부인과 질환 등에 대한 수술도 준비 중이다.
이 교수는 “갑상샘암이 대부분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고, 진행 속도가 느리다고 하지만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예후가 안 좋은 암인 미분화 갑상샘암의 경우 진단과 동시에 3∼4개월 만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암이고 암 세포가 후두 신경 주변에 있으면 목소리가 변하거나 신경을 절제할 수도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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