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적(政敵)으로 2021년 1월부터 수감 중인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7·사진)를 다룬 다큐멘터리 ‘나발니’가 12일(현지 시간) 제95회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푸틴 정권의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파 탄압 등을 비판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남편을 대신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동갑내기 아내 율리야 씨는 “남편은 단지 진실을 말하고 민주주의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있다”고 푸틴 정권을 비판했다. 그는 “남편이 자유를 얻고 러시아가 자유로워지는 그날을 꿈꾼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발니 측은 인스타그램에 “영화 촬영은 모든 게 비밀이어서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뒤에야 공개할 수 있었다”며 “훌륭한 영화 제작진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밝혔다.
HBO맥스와 CNN필름이 공동 제작하고 캐나다 출신 감독 대니얼 로허가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2020년 푸틴 정권의 독살 시도를 중심으로 나발니의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다. 1976년 수도 모스크바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푸틴 대통령 개인 비리는 물론이고 러시아 대형 국영기업들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푸틴 정권 비리를 비판하는 각종 시민단체를 설립했고 반정부 시위를 여러 차례 주도하며 정권의 눈 밖에 났다.
그는 2020년 8월 시베리아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가려다 옛 소련에서 개발된 군사용 신경 작용제 ‘노비초크’ 계열 독극물에 중독돼 쓰러졌다. 러시아 의료진을 신뢰할 수 없었던 가족이 독일 이송을 주장해 베를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했다. 푸틴 정권은 그전에도 옛 정보요원을 방사성 물질 폴로늄이 든 홍차로 암살하려 하는 등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았다.
나발니는 2021년 1월 귀국하자마자 체포돼 사기, 법정 모독 등 혐의로 징역 1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감 생활로 건강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감옥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푸틴 대통령을 ‘악당’으로 칭하는 등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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